대형병원으로 일반(경증) 환자가 과도하게 쏠리는 현상을 조정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의료기관의 이해는 고려하고 환자의 입장은 뒷전으로 밀었다는 지적이 높다. 정부가 추진해온 의료기관 기능 재정립계획의 핵심은 두 가지다. 동네의원과 대형병원을 ‘1차 진료기관’과 ‘전문병원’으로 구분하고, 일반환자가 동네의원에 가면 약제비를 싸게 해주되 대형병원에 가면 비싸게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제 보건복지부가 발표하고, 어제 건강보험정책심의원회가 논의한 내용을 보면 가격조정만 구체적으로 시행할 태세다.
약제비 조정이 환자 쏠림을 제어할 수 없다는 점은 현실적으로 확인된 사실이다. 대형병원의 경우 2005년 이후 본인부담률을 일부 인상했으나 진료비 수익만 동네의원의 3배 가까이 늘어나 쏠림 현상은 더욱 심해졌다. 이번에는 대형병원의 본인부담률을 2배까지 올리는 대담한 처방까지 검토하고 있다는데 여전히 실효성은 의문이다. 경증환자나 만성질환자 등이 동네의원에 가면 본인부담률을 깎아주는 것도 환자의 발길을 돌리는 데 한계가 있기는 마찬가지다.
정부 기본계획에 따르면 가격 조정은 당장 올 하반기부터 시행될 터인데, 업무 구분은 미완의 장기적 과제로 넘어갈 게 분명하다. 대형병원들은 정부 생각대로 전문병원이나 취약지역의 거점병원으로 변화할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상급 종합병원(전국 44곳)을 진료보다 연구 중심으로 전환ㆍ육성한다는 계획도 의약분업 시작 때부터 추진하겠다던 내용이다.
정부 계획을 신뢰하기 힘든 더 큰 이유는 병ㆍ의원의 업무 조정이라는 애초의 방침을 지키지 못하고 당사자들의 이해관계에 휘둘린다는 의혹이 짙기 때문이다. 동네의원에서 절약되는 비용이 대형병원에서 늘어나는 비용에 훨씬 미치지 못할 것이며, 그러다 보면 결국 국민 부담만 늘어나게 될 것이다. 동네의원과 대형병원의 협력의료체계를 확립하고, 전문병원이나 연구 중심 병원을 육성하는 일이 먼저 논의돼야 한다. 최소한 이런 업무구분 방안이 가격조정 수단과 동시에 시행되지 않는 한 환자 쏠림 현상을 제어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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