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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도호쿠 대지진/ 도호쿠 대지진 취재 후기 "팻말·제지도 없어 오염지역까지 진입 아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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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도호쿠 대지진/ 도호쿠 대지진 취재 후기 "팻말·제지도 없어 오염지역까지 진입 아찔"

입력
2011.03.18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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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주쿠(新宿)도 방사선 수치가 21배 높게 나왔다는데, 우리는 아무 정보가 없어요."

지난 16일 도쿄 신주쿠의 한 슈퍼마켓에서 만난 주부 기요코 하시모토(47)씨는 "정부는 사실을 숨기기에 급급한 것 같다"며 울상을 지었다. 불안한 마음에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다고 했다.

폭발을 일으킨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 240km 떨어진 도쿄 시민도 방사능에 오염될까 불안에 떨기 시작했다. 도호쿠(東北) 지진이 난 후 교통대란을 막기 위해 2~3시간 일찍 출근하고, 지진 당시에도 불법주차 스티커를 발급할 정도로 침착한 태도로 일관하던 사람들이다.

하지만 5일쯤 지나자 상황은 달라졌다. 방사능 오염 우려가 있는 수산물의 소비가 줄고 물 빵 우유 컵라면 등 비상식량은 입고되기 무섭게 동이 났다. 도쿄역에는 멀리 간사이(關西) 지방으로 피난 가는 사람들로 신칸센 표가 연일 매진이다.

도쿄 시민이 평정심을 잃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정보의 부재'다. 이들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며 오히려 외국 기자에게 물었다. "천황은 오사카로 피신했다던데" 같은 뜬소문을 얘기하며 불안해했다. 외국인들이 일본을 빠져나가자 도쿄는 더욱 충격에 휩싸였다. 인터넷 오픈마켓 사업을 한다는 한 기업인은 "일본인들은 업무시간에 업무 외의 행동은 절대 안하는데, 요 며칠은 수시로 뉴스를 체크하고 서로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가족들을 남쪽으로 피신시키는 직원도 많다"고 했다.

돌이켜 보면 기자가 후쿠시마 제1원전 10km 지점까지 들어가는 아찔한 상황을 경험한 것도 일본 정부의 치밀하지 못한 대처 탓이 컸다. 당시 원전 20km 밖으로 대피라하는 명령이 떨어졌지만 현장에는 그 사실을 알리는 어떠한 표지도, 제지도 없었다. 10km 지점에서야 아무 이유도 밝히지 않은 채 '출입금지'라는 팻말이 하나 덩그러니 있었을 뿐이다.

도쿄 시내로 돌아와 방사선 피폭 검사를 위해 병원을 찾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 구청과 보건소는 "아무 방책을 갖고 있지 않다"는 말만 반복했다. 도쿄가 이 정도인데, 다른 지역 상황은 불 보듯 뻔했다.

현지에 파견된 한국 구조대원들의 안전도 일본 정부의 정확한 정보 공개 여부에 달려있다. 한 구조대원은 "설마 일본 정부가 긴급상황에도 우리를 내버려 두겠습니까. 믿어야죠"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 말이 불안하게 들리는 건 기자뿐일까.

혼란을 막으려다 더 큰것을 잃기 전에 일본 정부는 투명하고 신속한 정보 공개로 자국민의 신뢰부터 회복해야 할 것 같다. 도쿄에서의 진짜 공포는 방사능 오염보다 실시간 상황을 정확하게 알 수 없다는 사실이었다.

김혜경기자 thank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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