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을 왕자와 공주처럼 대접하겠습니다.”(사장),“머슴처럼 일하겠습니다.”(직원들)
올해 코리안리의 새 식구가 된 사원들과의 첫 대면에서 나눈 대화다. 나는 이 말이 우리 회사 기업문화를 있는 그대로 대변하는 말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말 한마디가 있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있었다.
십여 년 전 껍데기만 남아 다 쓰러져가는 이 회사에 사장으로 취임했을 때, 회사는 전 직원이 백두산 관광을 하고 신입사원에게 유럽여행을 시켜주고 있었다. 기가 막혔다. 사방에서 이익이 줄줄 새는 것이 보이고, 영업부서장에게 왜 성장이 안되냐고 물으니“시장이 포화상태”라며 시큰둥하게 반응했다. 수많은 기업이 도산하던 IMF 위기상황이었지만 문제는 밖이 아니라 내부였다.
그때 내 눈에 보인 것이 바로 기업문화였다. 사람에게는 특유의 행동을 결정짓는 영혼과 정신이 있듯, 기업에는 기업의 활동과 성과를 결정짓는 기업 문화가 있다. 기업의 정신이 병들어 있으니 직원들 입에서 밝고 긍정적인 말이 나올 리 없는 것이었다. 패배주의에 빠져서 우왕좌왕 하며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을 살아가는 조직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나는 뿌리부터 뒤집어 흔들었다. 옛 것은 모두 버리고, 과거와의 단절을 선언했다. 그 시작점이자 절정이 바로 백두대간 종주이다.
처음에 종주를 제안했을 때 반응은“좀 하다 말겠지”하는 불신과 “여기가 군대냐”는 불만이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나의 뜻이 확고함을 안 직원들은 산행 걱정에 근교의 산을 오르며 준비하더니 드디어 단 한 사람의 낙오도 없이 지리산 종주에 성공했고 천왕봉에서 일출을 보며 자기 안에 숨어있던 무엇인가를 꺼냈다. 우리는 그것이 바로 ‘야성’이었다는 사실을 나중에 알았다. 그 후 덕유산 속리산 소백산 태백산 오대산 설악산까지 일사천리였다. 한번 종주에 나서면 3일간 30시간 이상 걷고, 직접 밥을 해먹고, 좁은 텐트나 대피소에서 웅크리며 자는 고난의 행군이다. 체력이 바닥난 한계상황 속에서 천근만근 무거운 다리를 이끌고 자연과의 사투 끝에 정상에 올라보라. 자기 삶과 일의 의미를 되새기고, 내면의 자아를 만나게 된다. 마음 속에 찌든 부정적인 생각도 벗어 던지게 된다.
우리는 종주를 통해 야성을 찾았다. 야성이란 거칠고 무례한‘야만’과 다르다. 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스스로 끊임없이 변하고 적응하는 과정이다. 기업도 야성을 가지고 변해야 산다. 진정한 경영이란 기업의 생명이라 할 수 있는 기업문화를 끊임없이 혁신하고, ‘야성’이 넘치는 회사를 만들어가는 과정인 것이다.
박종원 코리안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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