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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경제는] 중국 농민공, 이제는 귀한 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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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는 경제는] 중국 농민공, 이제는 귀한 몸

입력
2011.03.18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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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환풍기 수리공으로 일하면서 음악에 대한 열정을 잊지 않던 한 청년이 가수선발 프로그램에서 1등을 차지해 큰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중국에서도 요즘 농민공(농촌 출신 도시 노동자) 두 명으로 구성된 밴드 ‘쉬르양강(旭日阳刚)’이 화제다. 고달픈 농민공의 애환에 대한 노래를 불러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고, 국영 CCTV의 음악 프로그램에 출연해 1등을 차지하면서 중국인들을 감동시키고 있다. 인민일보는 이들의 인기에 대해 “이들의 노래가 마음을 움직이는 건 사회 밑바닥 농민공들의 적나라한 삶이 사람들의 가장 민감한 곳을 울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렇다면 도시민도 농촌민도 아닌 중국의 농민공은 어떤 존재인가. 이들은 호적상으로는 농민 신분이지만 실제로는 농업 이외의 일을 하거나, 고향을 떠나 타지에서 일하며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로환경 속에서 도시민들이 기피하는 업종에 종사하고 있다. 농민공은 개혁 개방과 함께 일거리가 없는 농촌에서 도시로 대거 유입되어 지금은 그 규모가 2억3,000만명에 달하는데, 중국이 저렴한 노동력을 바탕으로 고속 성장을 지속할 수 있게 만든 숨은 공신이다.

그러나 중국 정부는 아직까지 도시ㆍ농촌간 호적을 엄격히 구분하고 거주 이전을 제한하는 호적제도를 유지하고 있어 농민공들은 취업, 교육, 주거, 의료 등 여러 면에서 도시 호적을 가진 이들과 동등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있다. 중국 정부 조사에 따르면 농민공은 대부분 근로계약을 맺지 않아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으며 도시 호적을 가진 노동자의 3분의1 수준에 불과한 낮은 월급(한화로 약 30만원)에 허덕인다.

하지만 최근 중대한 변화가 감지된다. 1980~90년대 이후 출생한 신세대 농민공이 중심이 되어 근로 환경과 처우 개선을 요구하면서 벌인 대규모 파업이 작년에 크게 증가하면서 농민공이 중국 노동시장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른 것. 전체 농민공의 60%에 달하는 신세대 농민공은 농촌에서 생활한 적이 없거나 농민공이던 부모를 따라 어릴 때 도시로 이주했기 때문에 부모 세대와 달리 농촌에 대한 뿌리 의식이 없고 도시민이 되기를 희망한다. 또 부모세대와 달리 의무 교육인 중졸 이상의 교육을 받아 권리 의식이 높고 노동 문제에도 적극적이다. 이들의 파업 등으로 노동자 권리 의식이 신장되면서 작년 중국의 최저 임금은 24%나 올랐는데, 앞으로도 임금 상승세는 가파를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도 심각한 빈부 격차 및 계층간 양극화로 인한 사회갈등을 사전에 방지할 필요가 있고, 내수 중심 경제체제로의 전환을 위해서는 근로소득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중국 정부가 올해부터 5년간 연평균 13% 이상의 최저임금 인상 방침을 내놓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농민공의 임금인상과 함께 동부 연해지역을 중심으로 농민공이 부족한 이른바 민공황(民工荒) 현상도 최근 중국 경제의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물론 과거에도 춘절 연휴기간에 고향에 갔다가 도시 일터로 돌아오지 않는 인력 때문에 기업들이 구인난을 겪어 오긴 했다. 그러나 이 지역의 최근 구인난은 일시적 현상으로 보기 어려울 것 같다. 동부 연해 대도시의 경우 임금 인상 폭에 비해 주택임대료 등 생활비가 크게 오른 반면, 과거 낙후되었던 중ㆍ서부 지역은 중국 정부가 균형발전을 위해 각종 혜택을 제공하면서 공장이전 등이 늘어 일자리가 많아지고 임금수준도 올라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중ㆍ서부 지역이 고향인 농민공들이 고향으로 돌아가면서 동부 연해지역의 인력난이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물론 동부 연해지역 기업들도 이에 뒤질세라 임금을 올리고 복지를 강화하면서 농민공 끌어안기에 나서는 등 지역간 노동력 쟁탈전이 치열하다고 하니 여러모로 중국의 인건비 상승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또 동부 연해지역 기업들이 높아진 임금과 노동력 부족 사태를 맞아 ▦자동화 ▦ 생산성 향상 ▦저임금 업종의 중ㆍ서부 이전 등 산업구조조정과 산업 고도화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보인다. 농민공 문제가 중국 경제의 질적인 변화에 있어 중요한 계기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박동준 한국은행 국제경제실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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