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무엇을 보았는가/버트런드 러셀 지음·이순희 옮김/비아북 발행·261쪽·1만3,500원
영국의 철학자 버트런드 러셀(1872~1970)은 아인슈타인 샤르트르와 어깨를 견주는 20세기 대표 지성이었다. 보수적 영국 귀족 가문 출신인 그는 철학 과학 사회학 교육 정치 예술 종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되려 진보적인 활동을 펼쳤고, 1950년 <권위와 개인> 으로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권위와>
책은 한 세기 동안 그가 마주했던 역사적 사건에 대해 그가 남긴 기록의 조각들을 짜깁기한 것이다. 러셀은 1, 2차 세계대전, 나치의 유대인 대량 학살, 냉전 이데올로기 시대, 히로시마(廣島) 원폭 투하, 6ㆍ25전쟁 등의 굵직한 역사의 매듭을 글과 행동을 통해 풀어냈다. 개인적으로 세속화해 가는 시대에 지혜를 제공하고, 사회적으로는 개개인이 마음껏 성장하는 사회를 꿈꿨던 러셀의 고뇌가 글에 묻어난다.
책은 러셀 연구가인 로버트 E 에그너 셀비스테이트대 교수가 <결혼과 도덕> <환영받지 못하는 에세이> <자유사상과 공식 선전> <행복의 정복> 등 러셀의 저작 수십 권과 노벨상 수상 당시 연설을 함께 재구성한 것이다. 에그너 교수는 특히 러셀 특유의 재치 지혜 풍자를 잘 보여 주는 글들을 발췌해 편집했다고 밝혔다. 행복의> 자유사상과> 환영받지> 결혼과>
책에 실린 짤막짤막한 부분에서 드러난 러셀의 인생관과 철학관은 깊은 감동을 선사한다. 그가 쓴 자서전의 한 구절이다. "단순하지만 누를 길 없이 강렬한 세 가지 열정이 내 인생을 지배해 왔으니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이 바로 그것이다. 이러한 열정들이 마치 거센 바람과도 같이 나를 이리저리 제멋대로 몰고 다니며 깊은 고뇌의 대양 위로, 절망의 벼랑 끝으로 떠돌게 했다." 오늘날까지도 여전히 세계 곳곳에서 전쟁이 일어나고, 부조리한 사회 속에서 개인이 억압받는 등 러셀이 겪어 온 시간과 별반 다를 게 없다. 그의 글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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