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의 방사성 물질 유출을 막기 위해 직원 결사대와 자위대 헬기 소방차, 경시청 고압방수차 등 가용 자원이 총동원됐다. 17일 시작된 전력복구 작업이 성과를 거두면 긴급노심냉각장치(ECCS) 재가동을 통해 상황이 진정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생겼다.
하지만 이날 각종 방식으로 냉각수를 쏟아 붓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작전 전후의 방사선량에는 별 변화가 없었다고 NHK는 전했다. 육지와 공중을 통한 총력전에도 불구하고 상황 제어에 실패한다면 어떤 시나리오가 전개되는 것일까.
이날 자위대 헬기의 바닷물 투하가 집중된 곳은 원자로 3호기였다. 3호기는 도호쿠(東北) 대지진 후 14일 수소폭발로 콘크리트 외벽이 붕괴됐고 연료봉이 일부 노출되는 등 문제가 잇따랐다. 여기에 3호기 내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에서도 이상이 생겨 폐연료봉이 녹아 내리거나 파손되는 이중 위험에 대한 처방이 이뤄진 것이다.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도 17일 기자회견에서 “이런 상태가 계속된다면 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샐 가능성이 있어 주시하고 있다”고 밝혔을 정도다.
또 4호기의 사용후 핵연료 저장용 수조 온도가 상승하는 등 연료봉 노출에 의한 방사성 물질 유출 가능성이 제기된다. 실제로 가장 위험한 원자로가 4호기라는 얘기도 있다.
결국 두 원자로에서 공통적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사용후 핵연료 저장시설. 폐연료봉 핵분열에 의한 방사능 확산을 방지하는 게 우선 과제로 떠올랐다는 얘기다.
일단 상황 제어를 위해선 냉각수를 보충하는 방법이 가장 먼저 거론된다. 핵분열을 일으키는 것은 중성자. 그러나 중성자를 흡수할 수 있는 붕산을 섞은 냉각수를 수조에 보충한다면 최악의 상황은 피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전력이 공급돼 냉각시스템이 제대로 가동되고, 방수작전도 성공한다면 상황은 진정 수순에 접어들 수 있다.
하지만 냉각수 공급이 원활치 않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 경우 연료봉이 녹아내리고, 이를 막기 위해 투입된 물도 수증기로 방출돼 방사성 물질이 대량으로 유출되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상황이 악화한다면 아예 원자로에 붕산을 투입하는 동시에 콘크리트로 덮는 최후 수단도 있다고 지적한다. 체르노빌 원전 폐쇄 때 사용했던 방식이다.
냉각시스템 불안정이 장기화하면 상황은 일촉즉발이 된다. 이렇게 되면 1~3호기 원자로 격납용기에 냉각수 공급이 어려워지고 연료봉이 노출돼 녹아내리는 노심용융에 이은 폭발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막기 위해선 원자로 증기배관을 깨고 격납용기 내 압력을 낮춰 폭발을 막는 방법이 거론된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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