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철우(26ㆍ삼성화재)는 지난 16일 LIG손해보험과의 준플레이오프를 앞두고 동료인 가빈 슈미트(25)로부터 '농구화 연습'을 추천 받았다. 다른 사람도 아닌 V리그 최고 용병인 가빈이 추천했기에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었다.
중요한 경기에서 멋진 플레이로 팀 승리에 기여하고 싶었던 박철우는 가빈 말대로 농구화를 신고 연습했다. 그는 "나름대로 착지와 쿠션감이 괜찮네"라며 LIG전에 농구화를 신고 코트에 나왔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변화 탓인지 박철우는 1세트에서 주춤했다. 공격 성공률이 33.33%로 저조했다. 결국 세트를 상대에게 내주자 박철우는 "아직 완벽하지 않다"며 2세트부터는 배구화를 다시 신었다. 역시 구화(舊靴)가 명화(名靴)였다. 공격력이 살아난 박철우는 생애 첫 트리플 크라운(후위 공격, 서브에이스, 블로킹 3개 이상)을 기록하는 등 공격 성공률 52.17%를 보이며 팀의 3-1 역전승을 이끌었다.
박철우가 '시행착오'를 겪긴 했지만 몇몇 용병들은 배구 코트에서 농구화를 고집한다. 대표적인 선수로 가빈과 에반 페이텍(대한항공)을 들 수 있다. 이들은 배구를 시작했던 고교 때부터 농구화를 신고 경기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규정상 배구 경기에 농구화를 신어도 색상만 같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가빈은 농구화의 편리함에 대해 "쿠션이 더 두터워 착지 느낌은 배구화보다 낫다. 스파이크를 위해 점프를 많이 하기에 착지감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농구화는 발목을 감싸주기 때문에 안정감을 준다. 그러나 배구화는 부분적으로 가죽을 두르는 반면 농구화는 주로 통가죽을 사용, 무게가 더 나간다.
하지만 무게 차이는 크지 않아 용병뿐 아니라 국내 선수들도 연습 때 농구화를 신고 훈련한다. 대한항공 선수들은 "큰 차이는 없다. 다만 경기 때는 모든 선수들의 색상을 맞춰야 하기에 배구화를 신는다"고 말했다. 가빈과 에반의 경우도 익숙함 때문에 농구화를 선호한다. 둘 다 중학교 때까지 농구를 하다가 고교에 올라와 배구 선수로 전향한 케이스. 때문에 이들은 자신의 발에 여전히 잘 맞는 농구화를 신고 플레이를 한다.
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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