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피폭 고통은 당해보지 않고는 모릅니다. 그 피해가 대를 이어서까지 나타나니…. 방사능 누출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꼭 막아야 합니다."
김용길(71ㆍ사진) 한국원폭피해자협회장은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소식을 접한 뒤 무척 분주해졌다. 그가 이끌고 있는 2,600여 원폭피해 생존자들이 불면증에 시달리는 등 심적 동요를 보이고 있는 탓이다. 김 회장은 "히로시마 원자폭탄 피폭 참상이 기억에서 멀어지나 했더니 이번 사건이 이 분들의 기억을 66년 전으로 되돌려 놓았다"며 "회원들을 진정시키는 데에는 대화를 나누는 게 제일 낫다"고 말했다.
그는 "방사선 피폭의 참상을 제대로 알면 사람들이 보다 경각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겠느냐"며 자신이 겪고 또 보고 들은 일을 소개했다. 1945년 8월 6일 아침 어머니 심부름으로 물을 뜨러 갔다 간발의 차이로 원폭 폭발 직전 집에 들어온 덕에 직접 피폭은 면했지만 그 후 만성 어지럼증을 달고 산다고 했다.
피폭자들의 공통된 고통은 "온 몸이 이유도 없이 몹시 아프고 진통제 없이는 생활이 안 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모든 피폭자들이 소화기 계통, 고혈압, 당뇨 등을 앓아 일반인들의 수십배가 넘는 고통을 당하고 있다"며 "이름도 없는 병이 많고, 병명을 알아도 일반인들처럼 약이 듣지 않아 평생 병원을 드나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름도 없는 병으로 죽어간 이들은 물론, 태어나도 돌을 넘기지 못하는 자식들이 부지기수였다"고 전했다.
피폭 후유증은 대를 이어서도 나타났다. 김 회장은 "원폭 피해자나 그 자녀들은 결혼 후기형아를 낳는다고 해서 정부 지원도 포기하고 원폭 피해 사실을 숨긴 채 산 사람이 많다"며 "아예 결혼도 하지 않고 산 속에서 움막을 짓고 사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재삼 "방사능 누출만은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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