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가 도호쿠(東北) 대지진의 여진에 시달린 17일 무토 마사토시(武籐正敏) 주한 일본 대사는 서울의 주요 언론사들을 찾아다녔다. “따뜻한 위로와 격려를 준 한국인들에게 직접 전하지 못한 감사인사를 언론을 통해 드리고 싶다”는 것이다. 주요 신문사와 방송사 순방일정은 나흘로 예정돼 있었다. 보기 드문 일이었다. 언론사들을 일일이 순방하는 모습도, 눈물에 젖은 대사의 표정도 모두 그랬다.
무토 대사는 17일 서울 남대문로 2가 한국일보 본사를 찾아 이종승 한국일보사 사장과 편집국 간부들을 만나 고개 숙여 인사하며 “(일본 대지진에 대한) 언론보도가 인상 깊고 감격스러웠다. 한국인들이 전해준 따뜻한 위로와 애도의 말씀에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유창한 한국 말로 “어려울 때 서로 돕는 마음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깨달았다. 일본인들도 그렇지만 재난이 닥쳤을 때 한국인들이 서로 돕는 것, 그것도 마음에서 우러나와 자발적으로 돕는 것을 보면서 우리가 동양인으로서 같은 마음을 갖고 있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말했다. 한국 언론은 침착한 일본인들의 태도를 크게 부각시켜 보도했는데 무토 대사는 그것이 더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큰 소리로 울고 싶은데도 그렇게 하지 않는 것이 오히려 더 슬퍼 보인다”는 것이다.
무토 대사의 가족과 친지는 주로 도쿄(東京)와 시즈오카(靜岡)에 거주하고 있어서 이번 지진에서 큰 피해를 입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런 말조차 미안해서 못한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한국인들의 따뜻한 마음을 일본 사람들은 결코 잊지 않을 것입니다. 두 나라의 친한 감정은 오래 기억될 겁니다.” 비극에서 싹튼 우정을 무토 대사는 믿고 있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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