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대검 중수부와 더불어 정치인ㆍ재벌 비리 등 부패수사를 도맡아온 이곳이, 최근 제기된 '대검 중수부 폐지론'으로 그 역할이 더 커질 수밖에 없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도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검찰 내 에이스들이 집결한 조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고, 검찰 인사 때마다 차기 특수부장에 누가 올 것인지 정치권과 기업은 촉각을 곤두세운다. 최근 20년 간 서울지검 특수부장을 거쳐간 인사들의 행로를 짚어봤다.
'검사의 꽃' 되는 지름길
검사장은 차관급 대우를 받는데다 검사 생활을 계속하느냐 마느냐의 분수령이 되는 상징적 직급이다. 한국일보가 1990년 이후 서울지검 특수1ㆍ2ㆍ3부장을 거친 검사들을 분석한 결과, '검사의 꽃'으로 불리는 검사장으로 승진한 비율은 70%에 달했다. 검사장을 배출한 막내 기수인 사법연수원 17기 이상 검사 가운데 서울지검 특수부장 경력이 있는 38명 중 27명이 검사장으로 승진했다. 10명에 7명 꼴이다.
김성호 전 법무부장관과 안대희 대법관, 박상길 전 부산고검장 등은 검사 생활 대부분을 특수부와 중수부에서 보낸 뒤 서울지검 특수부장을 거쳐 검찰 고위직에 오르는 등 이른바 '특수통'으로 이름을 날렸다. 가장 최근에 검사장이 된 최재경 사법연수원 부원장과 김경수 서울고검 형사부장, 홍만표 대검 기획조정부장 등도 특수부장 출신으로 BBK 의혹 사건과 윤상림 사건, 줄기세포 사건 등을 진두지휘하며 '특수수사 트로이카'로 불리기도 했다.
검사장이 되지 못한 11명도 아쉽게 옷을 벗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이들은 정치인이 되거나(박주선 민주당 최고위원) 대기업 임원으로 가거나(서우정 삼성그룹 부사장) 로펌 대표로 가는 등 사회적 위상은 검사장 못지않은 경우가 많다. 변호사 개업을 해도 인기는 상종가다. 특수부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서울지검 특수부장 출신 변호사는 기업을 중심으로 수요가 많아 거액의 수임료를 단기간에 챙길 수 있다"며 "대형 기업비리 사건이라도 터지면 돈방석에 앉게 된다"고 말했다.
검찰총장 배출은 적어
특수통들은 그러나 정작 검찰 조직의 수장인 검찰총장을 배출한 경우는 생각보다 드물었다. 김준규 현 총장도 특수수사 경력이 거의 없고 이전 임채진, 정상명, 송광수, 김각영, 신승남, 박순용 전 총장도 마찬가지다. 대검 중수부장을 지낸 김종빈 전 총장도 서울지검 특수부장은 거치지 않았다. 이명재 전 총장은 1990년 특수1부장을 지냈지만 서울고검장을 끝으로 검찰을 떠났다가 총장으로 복귀한 경우다.
검찰 일각에선 이를 두고 "특수통의 숙명"이라고 이야기한다. 선이 굵은 특수수사를 하다 보면 정치권과 재벌의 이해관계에 따라 공격을 받기 쉽고, 그 과정에서 아군보다는 주로 적들을 만들어낸다는 것이다. 2002년 서울지검 특수1부장 시절 '병풍 사건'을 지휘한 박영관 전 제주지검장은 검사장으로 승진하기는 했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후 좌천성 인사를 거듭하다 결국 옷을 벗었다. 2004년 특수2부장을 지낸 남기춘 전 서울서부지검장도 한화 수사 후폭풍 속에 검찰을 떠났다. 대검 고위 관계자는 "인사권자 입장에서는 강성 이미지의 특수통보다는 튀지 않는 무난한 인사를 총장 자리에 앉히고 싶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 안팎에서는 오는 8월 검찰총장 인사를 앞두고 이번에는 특수통이 '넘버 원'이 될 수 있을지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유력한 후보군인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과 노환균 대구고검장이 이명박 대통령과 같은 고려대 출신에 관리형 인사로 분류되는 반면, 차동민 서울고검장과 박용석 대검 차장은 서울지검 특수부장을 거친 뒤 각각 대검 수사기획관과 중수부장을 지냈다.
강철원 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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