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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도호쿠 대지진/ 한국 방사능 피해는…전문가 3인 지상 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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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도호쿠 대지진/ 한국 방사능 피해는…전문가 3인 지상 대담

입력
2011.03.16 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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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가 이미 1979년 미국 스리마일원전 사고 수준을 넘어섰다. 사고가 어떻게 진행될지, 방사선 걱정은 안 해도 되는지, 국내 원전은 괜찮은지 등 우려의 시선이 원자력계에 쏠려 있다. 윤철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장과 정연호 한국원자력연구원장, 장순흥 한국원자력학회 수석부회장에게 전화와 이메일로 물었다.

_국민의 가장 큰 걱정은 방사선 피해다. 괜찮다고 믿어도 되나.

장순흥 부회장: "스리마일원전 사고로 해당 지역 주민들이 직접 받은 방사선 총량이 0.01mSv(밀리시버트)다. 자연 상태에서 일반인이 1년 동안 받는 양의 100분의 1 수준이다. 후쿠시마원전 인근 주민들이 받을 방사선 총량은 스리마일원전의 100배쯤인 1mSv일 걸로 예상한다. 도쿄(東京)는 0.01mSv 정도로 본다. 한반도가 영향을 받는다면 0.001mSv 이하일 것이다. 정확한 영향은 약 5년 뒤에야 나오겠지만 이 정도를 벗어나지 않을 걸로 자신한다."

_핵분열반응으로 나오는 방사성물질 중 세슘은 알려진 반감기가 30년이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실제론 이보다 훨씬 길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방사선을 언제까지 걱정해야 하나.

윤철호 원장: "사실 세슘은 국내에서도 가끔 미량 발견된다. 1970년대 전후 중국이 핵실험을 했을 때 생성된 게 공기 중에 떠다니다 한국 쪽으로 날아오는 걸로 추정하고 있다. 물론 별다른 영향은 없다. 에어로졸(입자) 형태의 방사성물질은 비가 오면 내려앉아 고체 방사성물질처럼 땅속으로 들어간다. 이들은 수~수십 년의 반감기가 지나 자연적으로 없어질 때까지 기다릴 수밖에 없다."

_전기 공급이 끊겼을 때 보조전원인 비상디젤발전기(EDG)가 후쿠시마 각 원전마다 한두 개씩 설치돼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작동하지 않았다. 국내 원전의 EDG도 이 정도 개수다. 부족하지 않나.

정연호 원장: "현재 가동 중인 국내 원전은 총 21기다. 미국과 프랑스에서 수입한 모델 아니면 한국표준형원전(OPR1000) 모델이다. 이들은 각 원자로마다 기본적으로 EDG를 두 대씩 갖추고 있다. EDG가 손상될 때를 대비해 대체교류전원(AAC)도 추가로 설치돼 있다. 스리마일원전 사고 후 수소기체를 제어하는 추가 안전 장치도 설치했다."

윤 원장: "AAC는 원전 두 기 또는 네 기마다 한 대씩 있다. 한국 상황에선 EDG로도 충분하지만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둔 것이다."

_국내 원전이 견딜 수 있는 지진은 어느 정도까지인가.

윤 원장: "원전 내진설계는 지진가속도 값을 기준으로 한다. 국내에서 관측됐거나 예상되는 지진가속도는 0.0006g 수준이다. 여기에 원전 설치 지점을 중심으로 320km 안에서 과거 일어난 지진과 단층을 조사해 최대 지진을 고려하고 여유도를 더해 0.2g의 지진(규모 6.5에 해당)을 견딜 수 있도록 지었다. g는 중력가속도다. 설계지진 0.2g는 중력가속도의 20%에 해당하는 힘을 수평으로 받아도 괜찮다는 얘기다. 실제로 0.1g의 지진이 발생하면 원자로는 자동 정지한다."

_0.2g 이상의 지진이 오면 원전에 문제가 생긴다는 얘기다. 규모 6.5보다 더 흔들리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윤 원장: "설계지진 0.2g는 원전 전체적인 값이다. 원전을 이루는 각 구조물과 부품, 재질 등에 따라 지진에 견딜 수 있는 능력은 사실 다 다르다. 부분별 극한내진능력을 따지면 격납용기 같은 구조물은 1.0g, 배관 같은 세부기기들은 0.4g까지도 버틸 수 있다."

_후쿠시마원전 사고가 1만분의 1 확률이었다고 들었다. 그렇게 낮은 확률인데도 실제로 일어났다. 너무 안이한 대처 아닌가.

정 원장: "노심이 손상되는 사고가 일어날 확률이 1만년당 1회 이하가 되도록 원전을 짓는 건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권고사항이다. 그러나 최근엔 엄격한 안전성 확보를 위해 확률을 더 낮추는 추세다."

_국내 원전은 노심 손상 확률을 얼마로 계산하고 지었나. 안전을 자신하나.

정 원장: "외국 기술로 지은 원전은 1만~10만년당 1회, OPR1000은 20만년당 1회로 계산했다. 안전성을 강화한 신형 원전인 APR1400은 100만년당 1회 수준이다. 신고리 3, 4호기와 신울진 1, 2호기,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수출한 원전이 APR1400이다. OPR1000보다 EDG도 더 설치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본의 경험을 교훈 삼아 설계기준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해 안전성을 더 높일 필요도 있다고 생각한다."

_격납용기와 연결된 압력수조가 손상된 후쿠시마 2호기보다 사용후핵연료가 저장돼 있던 4호기가 더 걱정이다. 사용후핵연료에서 핵분열반응이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장 부회장: "노심 속 핵연료봉이든, 사용후핵연료든 모두 핵분열반응을 일으키려면 느슨하게 퍼져 있던 핵연료 성분들이 단단하게 뭉쳐 질량이 일정 수준을 넘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핵분열반응이 일어나기 시작하는 순간을 임계상태라고 부른다. 지금으로선 임계상태에 이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본다. 만약 임계상태가 됐더라도 물을 계속 넣고 있으니 오래 지속되진 않을 것이다."

정 원장: "사용후핵연료에서 발생하는 열은 원자로에서 나온 뒤부터 시간에 따라 크게 감소한다. 문제는 가동 중이던 원자로의 노심 속 핵연료보다 저장해 둔 사용후핵연료의 양이 훨씬 많다는 점이다. 또 노심처럼 단단한 압력용기에 담겨 있지 않기 때문에 폭발이나 화재가 발생하면 공중으로 높이 날아올라 퍼질 가능성이 높다."

장 부회장: "붕산(붕산수)을 넣어야 한다. 붕산은 핵연료와 만나 핵분열반응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중성자를 붙잡는 역할을 한다."

■ 원전 용어 설명

▦노심

핵연료가 담긴 막대다발과 냉각재, 감속재 등 원자력 발전에 필요한 핵심 물질이 들어 있는 원자로의 한가운데 부분. 노심융해는 핵연료 과열 등으로 핵연료봉이나 노심 구조물이 녹아 내리는 것을 말한다. 3,000도 이상 올라가 녹기 시작하면 대규모로 방사성물질이 누출된다

▦피복제

핵연료를 싸고 있는 금속으로 1,000도 정도 되면 녹는다. 주성분은 지르코늄. 수증기와 반응하면 수소기체를 발생시킨다. 이번 후쿠시마(福島) 제1원자력발전소 사고는 이 피복제의 일부가 뜨거운 증기에 노출되면서 녹아 일어나기 시작했다

▦세슘(세슘_137)

자연 상태에는 없고 핵분열반응으로 생기는 휘발성 강한 기체. 원자력발전에서 가장 많이 생성되는 방사성물질 중 하나다. 보통 원전에선 노심 안에 갇혀 있으나 피복제가 벗겨지면 밖으로 빠져 나온다. 후쿠시마 제1원전 주변에서 검출됐고, 체르노빌원전 사고 때도 누출됐다. 30년이 지나야 양이 절반으로 줄어든다

▦방사선

우라늄 플루토늄 등 원자량이 매우 큰 원소들은 핵이 무거워 상태가 불안정하기 때문에 스스로 붕괴한다. 이 원소들이 붕괴하며 다른 원소로 바뀔 때 방출하는 입자나 전자기파를 일컫는다. 방사선은 물질을 통과하는 성질이 있다

▦피폭

방사선을 맞는 것을 말한다. 에너지가 강한 전자기파의 일종인 방사선을 너무 많이 맞으면 암이나 백혈병 같은 질병에 걸릴 수 있다. 방사선이 세포나 DNA를 변형하기 때문이다. 현행 원자력법 시행령에 따르면 일반인의 연간 방사선 피폭 허용 한도는 1mSv(밀리시버트), 원전 관계자의 경우 연간 50mSv로 정하고 있다

▦시버트(Sv)

방사선 피폭량 또는 방사선량을 측정할 때 사용하는 단위. 1Sv가 1,000mSv다. 병원에서 X선 촬영을 하면 약 0.03~0.05mSv의 방사선을 쬐게 된다

▦반감기

우라늄 같은 방사성물질의 원자 수가 방사성붕괴에 의해 반으로 줄어드는 기간을 말한다

▦격납용기

원자로가 들어 있는 차폐 공간. 외부 충격으로부터 원자로를 보호하고 유사시 방사상물질을 가두는 공간이기도 하다

임소형기자 preca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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