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ㆍ고교 시절 득점왕을 밥 먹듯 했다. 연령별 대표팀을 고루 거친 뒤 2009년 독일 청소년월드컵(17세 이하)에서 2골을 넣는 등의 맹활약으로 한국축구의 차세대 스트라이커로 각광 받았다. 청소년월드컵 이후 이탈리아와 프랑스, 독일 클럽에서 러브콜이 쇄도했다. 해외 진출을 위해 현지로 날아갔지만 '냉정한 평가'에 고개를 떨궜다.
이러한 '성장통'을 겪고 있는 이종호(19ㆍ전남)를 14일 전남 드래곤즈의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그는 "프로 입단 후 '우물 안 개구리'임을 실감했어요"라고 털어놓았다. 저돌적인 돌파가 돋보여 '광양루니'로 불리는 신인 이종호의 K리그 도전기를 들여다봤다.
▲지동원은 경쟁자 아닌 배울 점 많은 '스승'
스트라이커 이종호에게는 지동원(20)이라는 '산'이 버티고 있다. 주전 스트라이커 자리를 꿰차기 위해선 포지션 경쟁자인 지동원을 넘어서야 한다. 그러나 이종호는 지동원을 경쟁자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는 "(지)동원이 형에 비해 이뤄놓은 게 아무 것도 없기 때문에 경쟁자라고 생각할 수도 없을 것 같아요"라고 자세를 낮췄다.
오히려 본받아야 할 '스승'으로 여겼다. "배울 점이 정말 많은 형이에요. 문전에서 여유로운 자세와 정신적인 측면은 정말 빼어나요"라고 지동원을 평가한 이종호는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프로 15년 차가 공을 차듯 해요"라며 혀를 삐죽 내밀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이종호와 지동원은 라이벌 구도. 하지만 둘은 전남에서 서로에게 '분신'으로 통한다. 이종호는 "고등학교 때부터 항상 같이 붙어 다녀 분신으로 불려요. 전남의 유소년 출신으로서 공통점이 많고 서로를 잘 이해하기 때문에 많은 대화를 나눠요"라고 설명했다. 이종호와 지동원은 광양제철고 시절 투톱으로 활약하며 명성을 날린 바 있다. 이종호는 "그래도 슈팅과 저돌적인 돌파, 투지적인 측면에서는 동원이 형보다 제가 그래도 낫다고 생각해요"라고 수줍게 말했다.
▲'광양루니' 고맙지만 롤모델은 노상래
다부진 체격에 저돌적인 돌파가 돋보이는 이종호는 '광양루니'라 불린다. 그러나 이종호는 자신의 별명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웨인 루니만큼 잘하는 선수가 아닌데 그렇게 불러줘서 고마울 따름이에요. 별명에 걸맞은 선수가 되기 위해 더욱 저를 채찍질하고 있어요."
해외 롤모델은 루니지만 사실 이종호의 이상향은 노상래 전남 코치다. 노상래는 전남이 낳은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 광양이 고향인 그는 "초등학교 때 아버지를 따라 경기장을 갔어요. 당시 노상래 선수의 실력과 인기는 대단했어요. 축구를 시작한 것도 노상래 선수처럼 되고 싶어서였어요"라고 설명했다.
현역 시절의 '캐논 슈터' 노상래 코치처럼 되기 위해 이종호는 '비디오 연구'에 골몰하며 슈팅을 가다듬고 있다. 그는 "프리미어리그와 프리메라리가를 주로 봐요. 특히 루니와 메시 같은 선수들이 슈팅을 어떻게 하는지 유심히 살펴본 뒤 실제로 연습해 가면서 슈팅 감각을 익히고 있어요"라고 말했다.
▲전남 유니폼에 최초 '별' 새김과 신인왕 목표
광양 출신인 이종호는 전남 최고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되는 게 꿈이다. 지동원의 경쟁자가 되기 위한 조건도 팀 내 에이스와 국가대표팀으로의 도약이다. 그는 "초등학교 3학년부터 시작해 축구를 한 지 10년이 됐어요. 프로무대에 섰으니 이제 제 축구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출발점이라 생각해요"라며 "팀을 위해 희생하고 신인으로서의 패기를 보일 수 있도록 노력할 거에요"라고 약속했다.
이종호는 올 시즌 조커로 활약할 예정이다. 지난 6일 전북(1-0 승)과 개막전에서도 교체 출전해 좋은 플레이로 합격점을 받았다. 그는 "매 경기를 뛰고 싶지만 팀을 위해서 조급한 마음을 갖지 않을 거에요. 팀이 승리할 수 있도록 돕는 게 가장 큰 소임이라고 생각해요"라며 "전남이 아직 리그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어요. 최초로 전남의 유니폼에 별을 새기고 싶어요. 그러면 자동적으로 신인왕이라는 타이틀도 가까워질 거라고 생각해요"라며 당찬 포부를 밝혔다.
●이종호 프로필
생년월일 1992년 2월24일
신체조건 180㎝, 77㎏
등번호 33
출신교 순천중앙초-광양제철중-광양제철고
롤모델 노상래(해외 웨인 루니)
별명 '광양루니'
올해의 사자성어 성동격서(동쪽에서 소리를 내고 서쪽에서 적을 친다, 축구기술로 응용)
주요 경력 차범근 축구상 대상(2005), U-16 아시아선수권 최우수선수(2008), U-17 청소년월드컵 8강(2골1도움) 쾌거(2009), UAE 4개국 대회 최우수선수(2010), 광양시 홍보대사(2011)
광양=김두용기자 enjoysp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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