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세상을 다시 시끄럽게 만든 고(故) 장자연씨 친필편지 사건은 결국 한 편의 블랙코미디로 결론이 났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필적감정 결과를 토대로 이번 편지는 전모씨가 2년 전 언론보도 내용에 기초해 고인의 필적을 흉내 내 쓴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교도소에 수감 중인 전씨는 최근까지 수십 차례 정신질환 증세로 진단을 받았다. 대량의 신문스크랩 등 편지 작성 흔적과 함께 전씨가 장씨와 어떤 친분도 없었음을 보여주는 여러 정황도 제시됐다. 온 사회가 한 정신질환자의 과대망상에 한바탕 놀아난 셈이다.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지만 우리 사회의 취약성과 경박성을 다시 확인시켜 주었다는 점에서 의미는 작지 않다. 처음 의혹을 제기한 방송사는 민간감정가의 단순소견에 근거해 사건을 재점화했다. 전씨와 관련된 몇 가지 간단한 정황만 확인했더라도 그처럼 함부로 단정적 방향을 제시할 수는 없었다. 사건의 사회적 폭발력에 대한 인식이 모자랐거나, 알면서도 보도한 것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다. 저널리즘의 기본에 충실하지 않은 채 선정성 경쟁으로만 치닫는 방송풍토가 이 정도에까지 와 있다.
그 방송사만 탓할 것도 없다. 오로지 자극만 좇는 인터넷 매체들이야 속성이 그렇다고 쳐도, 소위 정통언론을 자처하는 신문들도 아무런 추가 확인 노력 없이 의혹과 흥미를 재생산하는 데만 매달렸다. 처음부터 진위가 분명치 않았던 이 장문의 가짜 편지들을 원문 그대로 친절하게 옮겨 게시한 신문까지 있었다. 여기에 정치인들까지 가세하고, 한 배우는 뜬금없는 1인시위로 주목을 받았다. 의도하는 바야 뻔한 것이다. 이념과 입장에 따라 사실조차 이용가치만으로 판단하는 개탄스러운 행태들이다. 뒤늦게 "편지의 진위가 아니라 고질적인 연예계 성상납 관행이 본질"이라는 식으로 발뺌하는 모습도 군색하기 이를 데 없다.
경찰의 수사발표에도 인터넷 등에서는 여전히 불신이 가라앉지 않고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언론, 정치인, 이념가들이 저마다 자초하고 조장한 환경인데 이제 와서 누굴 탓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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