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자연 편지' 위작 사건의 장본인은 현재 광주교도소에 수감 중인 전모(31)씨다. 전씨는 지난해 2월부터 세 차례 장씨 사건 재판부인 수원지법 성남지원에 탄원서와 함께 장씨 편지 사본들을 제출했다. SBS가 이 편지를 보도하면서 '장자연 사건'이 다시 불거졌는데, 사실 전씨의 존재가 처음 알려진 것은 2년 전이다. 장씨 사망 직후인 2009년 3월 중순 전씨는 '왕첸첸'이란 가명으로 모 스포츠신문에 장씨 편지 필사본을 제보했다. 이 편지 내용이 보도되자 경찰은 전씨를 조사한 뒤 "언론보도를 보고 상상해 편지를 보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발표, 논란을 일축했다.
이달 11일 광주교도소에서 전씨를 면담한 프로파일러(범죄심리관)는 "과거 범행에 대한조사와 판결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유명 연예인과 개인적으로 친하고 자신을 대단한 능력자로 믿는 과대망상 증상을 보이고 사고과정의 장애를 보이는 등 정신분열증 초기단계로 진행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전씨는 2006년 1월부터 지난해 8월까지 정신장애 등으로 수십 차례 약물치료를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동료 재소자 정모(35)씨는 경찰에서 "전씨가 30~40쪽 분량의 '악마의 피'라는 제목의 시나리오를 쓰는 등 글솜씨가 뛰어났다"고 진술했고, 배모(42)씨는 "글씨체가 정자체, 흘림체, 여자 글씨 등으로 다양했다"고 전했다.
경찰이 전씨의 감방에서 압수한 물품 중에는 날짜가 다른 50개의 우체국 소인과 우표, 교도소 내 방실번호 부분만 따로 모아 복사한 A4용지 2장이 있었다. 복사된 소인 33개를 사용한 편지봉투 사본과 우표와 소인 부분의 테두리를 사인펜으로 칠해 복사한 것으로 보이는 봉투 사본도 발견됐다. 경찰은 다른 이에게 받은 봉투에서 우표와 소인, 방실번호 등을 오리고 붙이며 여러 번 복사해 장씨의 가명이 적힌 편지봉투를 만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또 전씨가 장씨 관련 스크랩 70여장을 갖고 있었고, 교도관 등에게 장씨 관련 기사 검색을 요청한 사실 등으로 미뤄 전씨가 언론에 공개된 장씨의 필체를 연습해 편지를 작성한 것으로 추정했다.
전씨가 장씨 편지를 허위로 쓴 이유는 명확하지 않다. 전씨는 여전히 위작 사실을 부인하고 경찰의 접견도 거부하고 있다. 경기경찰청 관계자는 "자백을 받아내기는 힘든 상황"이라며 "전씨에게 사문서 위조와 위계에 의한 공무집행방해 등의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씨는 전남 강진 출신으로 그곳에서 초ㆍ중학교를 다녔고, 광주의 모 공고를 중퇴했다. 1999년 2월 강도강간 혐의로 구속돼 4년을 복역하고 출소했다 3개월만인 2003년 5월 다시 특수강도강간으로 징역 8년형을 선고받았다. 올 5월 출소 예정이었지만 교도관 폭행으로 형이 15개월 늘어났다.
수원=김창훈기자 ch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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