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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편지는 가짜"… 전씨 자작극 결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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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편지는 가짜"… 전씨 자작극 결론

입력
2011.03.16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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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인사들에 대한 술접대와 성상납 등을 폭로한 탤런트 고(故) 장자연씨의 '친필편지'라고 공개된 문건이 가짜인 것으로 밝혀졌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16일 장씨의 친필과 교도소에 수감 중인 전모(31)씨한테서 압수한 편지원본의 필적이 다른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이 사건 수사를 지휘해온 경기경찰청도 편지내용 분석 및 주변인물 조사, 지문감식 등을 통해 이번 사건을 전씨의 '자작극'으로 결론 내렸다.

필적을 감정한 국과수는 장씨의 친필과 전씨가 소지하고 있던 편지원본의 필체가 겉보기에는 유사하지만 획을 긋는 방식과 '필압(筆壓)' '필순(筆順)' 등에서 차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국과수는 '친필 주장 편지'원본 24장, 전모(31)씨의 평소 필적, 전씨 아내 및 아내 친구 명의로 작성된 '적색필적'의 편지 10장, 장씨의 실제 필적 등 4가지를 대조했다.

우선 글씨를 얼마나 눌러 썼느냐를 나타내는 '필압'에서 장씨의 평소 필적과 친필 주장 편지 의 차이가 확연했다. 양후열 국과수 문서영상과장은 "자획이 또박또박 분리된 친필 주장 편지는 필압이 굉장히 강하고 글씨가 깊이 들어가 있는 모양"이라며 "이런 필압은 필적을 위조하려는 경우에 많이 보이는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장씨의 평소 필적에 드러난 필압은 일반인의 것처럼 보통수준의 힘이 가해진 것으로 분석됐다. 더욱이 친필 주장 편지의 필압은 오히려 '적색필적'의 필압과 비슷하다는 게 국과수의 감정평가다.

한글 자모의 마지막 획을 어떻게 그었느냐를 나타내는'종필'도 180도 달랐다. 예를 들어 장씨는 'U'안에 '+'를 넣어 'ㅃ'을 쓰는 습관을 가졌다. 친필 주장 원본도 비슷한 형태다. 하지만 친필 주장 편지에 나타난 'U'의 종필, 즉 끝부분은 위로 솟구쳐 있지만 장씨의 평소 필적에 드러난 'U'의 끝은 아래로 처져있다. 더욱이 +도 친필 주장 편지는 세로선을 긋고 가로선을 쓴 반면 장씨는 정반대로 쓰는 등 필순도 달랐다. 영문'Ok'처럼 독특하게 쓴 '야'자의 모음'ㅑ'를 쓰는 순서도 달랐다.

한글의 초ㆍ중ㆍ종성을 어떻게 연결해 썼느냐는 구성요소에서도 처리방식이 달랐다. 예컨대 '요'를 보면 친필 주장 편지는 자음'ㅇ'과 모음'ㅛ'가 끊어져 있지만 장씨는 두 자모를 이어 썼다는 것이다. 또 'ㅎ'에서도 친필 주장 편지는 첫 획을 수직으로 세웠지만 장씨는 대각선처럼 비스듬하게 썼다.

국과수는 이러한 필적감정 요소를 종합분석한 결과 친필 주장 편지에 가장 가까운 것은 장씨의 실제 필적보다는 적색필적의 편지라고 판단했다. 다만 이 필적이 전씨의 필적인지에 대해서는 "제출받은 전씨 필적이 흘림체로 돼 있어 대조자료로 부적합했다"며 판단을 보류했다. 하지만 장씨의 평소 필적을 제외한 나머지 3종류의 필적에서 '거짖말''않돼''댇가성' 등 맞춤법 오류와 말 줄임표(…) 뒤에 물음표(?)를 적는 습관이 동일하게 나타났다. 전씨가 친필 주장 편지를 만들었다고 추정할만한 정황증거인 셈이다. 양 과장은 "누구라도 마음먹고 연습 한다면 단시간 내 전혀 다른 형태의 필적을 가질 수 있다"며 "필적을 흉내 내는 게 어렵지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경찰이 확보한 증거들도 장씨가 썼다는 편지원본이 위작이라는 점을 뒷받침하고 있다. 2003년 이후 교도소 면회접견부와 우편물수불대장에는 장씨의 흔적이 전혀 없었고, 편지원본에서도 장씨 지문이나 DNA는 검출되지 않았다. 2009년 6월말 부산구치소 교도관이 작성한 접견표에서는 전씨가 면회 온 매형에게 "자연이 편지 사실 퍼온건데"라고 말한 사실도 발견됐다.

김갑식 경기경찰청 형사과장은 "편지가 위작이라 (편지 내용에 기반한) 재수사는 하지 않을 것"이라며 "다만, 새로운 단서가 확보되면 의혹이 남지 않도록 수사하겠다"고 밝혔다.

수원=김창훈기자 chkim@hk.co.kr

김현수기자 ddacku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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