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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도호쿠 대지진/ 위안부 피해 할머니도…'독도 지킴이' 반크도…"힘내요,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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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도호쿠 대지진/ 위안부 피해 할머니도…'독도 지킴이' 반크도…"힘내요, 일본"

입력
2011.03.16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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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도호쿠(東北) 대지진으로 국내 반일(反日) 감정도 시나브로 누그러지고 있다.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은 고통에 신음하고 있는 일본인들에게 "힘을 내라"고 오히려 위로의 말을 건넸고, 일본의 역사 왜곡에 맞서고 있는 사이버외교사절단 반크(VANK)도 일본 돕기에 힘을 보탰다.

16일 낮 12시 서울 종로구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 매주 수요일 이곳에서는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이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을 요구하며 여는 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수요집회로 구호와 외침이 울려 퍼졌지만 이날만큼은 지진 희생자의 명복을 비는 숙연함으로 정적이 흘렀다. 1992년 1월 시작된 수요집회가 추모집회로 진행된 것은 1995년 고베 대지진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대구에서 왔다는 이용수(82) 할머니는 눈물을 글썽였다. 이 할머니는 "TV를 보다 너무 놀라 혈압이 높아지는 바람에 약을 몇 번이나 먹었다"며 "지금은 악감정을 가질 여유가 없다. 오직 일본인들의 삶이 회복되길 빈다"고 말했다. 이 할머니는 떨리는 목소리로 "일본인 여러분 힘내세요"라고 외치기도 했다. 길원옥(82) 할머니도 "당한 것을 생각하면 분하지만 죄가 밉지 사람은 밉지 않다"며 "그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는데 무슨 말을 하겠냐"고 가슴아파했다.

이들은 미야기(宮城)현에 살다 소식이 끊긴 송신도(89) 할머니의 안부도 염려했다. 이 할머니는 "지금까지 지진 못지않은 험한 일도 이겨낸 할머니이니 무사하리라 믿고 있다"고 말했다. 송신도 할머니는 충남 유성 출신으로 16세 때 일본군에 끌려가 중국에서 위안부 생활을 강요당했다, 일본에서 위안부 피해자임을 밝힌 유일한 생존자로, 일본 정부를 상대로 10년 동안 사죄와 보상을 요구하며 법정 투쟁을 벌였다.

할머니들의 제안으로 침묵시위를 하게 됐다는 정대협 윤미향 대표는 "자연 재앙으로 희생당한 분들에 대한 애도의 마음은 모두 하나"라며 "당분간 수요시위를 차분한 분위기에서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반크는 이번 달 신규 회비를 지진과 쓰나미로 재난에 처한 일본 돕기에 쓰기로 했다. 박기태 단장은 "한 달에 반크에 가입하는 신규 회원이 350명 정도인데, 이들이 내는 회비 1,000만원 전액을 기부할 계획"이라며 "기부금은 일본 정부나 구호단체에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단장은 "독도 수호를 아시아 평화를 위한 것이라 말하면서 일본 지진 피해를 방관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반크는 26일에는 일본 지진 피해자를 위한 추모식도 열 예정이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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