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진보진영 논객들이 14일 필립 크롤리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의 전격적인 경질에 대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군(軍) 감싸기에만 급급하다"는 비판을 퍼부었다.
크롤리 차관보는 지난 10일 미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강연에서 폭로전문사이트 위키리크스에 국무부 기밀전문을 유출한 혐의로 수감 중인 브래들리 매닝 일병에 대한 군 당국의 가혹행위를 비판했다가 파문이 일자 13일 사임했다.
진보진영 유명 블로거인 제인 햄셔는 "오바마 대통령은 크롤리를 해고함으로써 스스로 정부 투명성을 지지하는 '헌법 학자'라던 평소 주장을 모욕했다"면서 매닝 일병에 대한 가혹행위를 비판한 크롤리의 발언은 올바른 것이었다고 두둔했다. 역시 진보논객인 글렌 그린월드는 이번 '매닝-크롤리 사건'은 내부 고발자를 제거하려는 정권의 편집병적인 시도를 극명히 드러내는 대표적 사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앤드루 설리번도 "매닝에 대한 국방부의 가혹행위에 항의했다는 이유로 크롤리를 경질함으로써, 오바마 대통령은 수감자에 대한 가혹행위를 지지한 꼴이 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전했다. 설리번은 "오바마 대통령은 강제로 옷을 발가벗기는 행위도 고문의 한 형태라고 규정했는데, 이제는 명백한 고문을 두둔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매닝 일병은 최근 버지니아주 콴티코 미군기지 구치소로 이송된 후 '자살감시'라는 명분 아래 속옷을 제외한 모든 옷을 벗도록 강요당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이와는 별도로 크롤리 차관보의 강연에 참석했던 MIT 관계자들은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에게 서신을 보내 크롤리 차관보의 돌연 사퇴는 "매우 실망스러운 일"이라는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워싱턴=황유석특파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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