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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증시, 방사능 공포에 '덜덜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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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증시, 방사능 공포에 '덜덜덜'

입력
2011.03.1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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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로 일본 도호쿠(東北) 대지진이 발생한 지 4일째. 세계 증시는 그동안 비교적 평온했다. 일본 증시야 당연히 출렁였지만, 미국 증시도 유럽 증시도 그리고 우리나라 증시는 그래도 조용했다. 오히려 지진피해 복구에 대한 기대 속에 주가가 상승하기도 했다.

하지만 상황은 완전히 뒤바뀌었다. 이젠 지진이나 쓰나미 차원이 아니라 치명적 방사능 문제로 확산되면서,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글로벌 증시가 일제히 공황 상태로 치닫고 말았다.

주가 폭락 도미노

후쿠시마(福島) 원전 2,4호기 폭발 소식에 일본 증시를 시작으로 아시아 증시는 메가톤급 충격에 휩싸였다. 15일 도쿄 증시에서 닛케이평균주가지수는 원전 방사능누출 우려가 커진 오후 들어 전날 대비 무려 14% 이상 폭락하기도 했다. 일본 닛케이평균은 이날 10.55% 하락을 기록하며 전날(-6.18%)보다 낙폭이 훨씬 깊어졌다.

이 공포감은 바다를 넘어 한국 등 아시아 증시로 곧장 전이됐다. 코스피지수도 1,900선이 붕괴되면서 순식간에 1,882까지 밀렸다. "일본 원전 폭발로 유출된 방사능이 한국에 올 수 있다"는 루머까지 증권가 메신저를 통해 퍼졌고, 공포는 극에 달했다. 다행히 시장이 이성을 되찾고 저가 매수세가 유입되면서, 코스피는 전날보다 47.31포인트(2.40%) 후퇴한 1,923.92로 마감했다.

이날 코스피의 하루 등락폭은 무려 103포인트. 하루 움직임이 100포인트를 넘은 건 리먼 사태 직후인 2008년10월30일(102포인트) 이후 처음이었다.

다른 아시아 증시도 일제히 하락세로 돌아섰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장중 3% 가까이, 대만 증시도 장중 4% 넘는 폭락세를 보이기도 했다. 바로 전날까지만 해도 한국 중국 대만 등 아시아 증시는 일본 대지진의 반사이익을 기대하며 0.1~0.8%의 상승세를 보였는데, 하루 만에 분위기는 180도 달라졌다. 유럽 주요 증시도 폭락세로 출발해 장중 2~5% 수준의 하락세를 보였고 미국 다우지수와 나스닥지수도 각각 2% 이상 하락한 급락세로 장을 시작했다.

불거지는 핵 공포

문제는 방사능 공포였다. 이번 일본 대지진이 지진 및 쓰나미의 일회성 자연재해 쇼크로 마무리되지 못하고 원전 폭발로 이어지면서, 방사능 공포가 수면 위로 떠오르는 최악의 시나리오가 전개되고 있는 상황.

신영증권 김세중 투자전략팀장은 "1995년 한신대지진때와는 달리 이번에는 원전 폭발이 뒤따르면서 지진 이슈가 시간이 흐르면 복구될 수 있는 자연재해로 끝나지 않고, 자칫 대대손손 치명적 재앙을 안겨줄 수 있는 방사능 리스크로 확대되고 있다"며 "이젠 수혜 여부를 논의하기에는 상황이 너무나도 위험하고 불확실해졌다"고 말했다. 그는 "원전 폭발 사태로 복구가 지연되고 전력 생산을 비롯한 경제활동이 불안해지는 등 대지진 후 경제 회복에 대한 기대가 무너지면서, 투자심리도 급격히 얼어붙고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증권 오성진 리서치센터장도 "시장의 관심이 이제 원전으로 옮겨졌고 그리고 방사능 문제로까지 확산되고 있다"며 "이번 사태로 일본의 생산 차질이 장기화하고 가격 불안으로 이어질 경우 일본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대두하면서, 일본은 물론 한국 등 아시아 증시가 패닉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방사능 리스크가 도대체 어디에서 멈출지 누구도 대답을 내놓을 수 없다는 데 있다. 더욱이 방사능 공포가 쉽사리 수그러들 것도 아니고, 만에 하나 '제2의 체르노빌'사태로까지 확산된다면 일본은 말할 것도 없고 세계 경제가 심각한 공황 상태로 빠질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유진투자증권 조병문 리서치센터장은 "일본 원전 폭발 이후 전개될 불확실성이 시장에 거대한 악재가 되고 있으며 이런 상황에 주식에 투자하려는 사람도 없으니 주가도 폭락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영증권 김 팀장은 "원전 문제가 완전히 소멸되고 지진 피해 복구에 들어가는 신호가 나오기 전에는, 글로벌 증시의 반등은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문향란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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