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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유적 발굴 금지 제한, 매장문화재법 전면 개정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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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후기 유적 발굴 금지 제한, 매장문화재법 전면 개정하라"

입력
2011.03.15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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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대학의 고고학 교수들이 2월부터 시행된 '매장문화재 보호 및 조사에 대한 법률'(매장문화재법)이 문화재 파괴를 부를 악법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개악된 매장문화재 보호 법령의 전면수정을 요구하는 전국 대학교수 모임'은 15일 서울 종로구 적선동 한국건강연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성명을 발표했다. 모임에는 전국 대학의 고고학 교수 69명 중 61명이 참여했으며, 기자회견에는 권오영(한신대) 김장석(경희대) 성정용(충북대) 안재호(동국대) 이남규(한신대) 최병현(숭실대) 교수가 나왔다.

고고학자들은 새 법에 따라 제정된 '발굴 조사의 방법 및 절차에 관한 규정' 중 발굴하지 말 것을 낱낱이 규정한 조사 실시 기준과, 학문적 지식보다 발굴 현장 경력 위주로 바꾼 조사원 자격 기준을 대표적인 독소 조항으로 꼽았다.

이 규정에 따르면 조선 후기의 논밭 경작 유구와 회곽묘(석회로 밀봉한 무덤), 삼가마(삼을 찌는 구덩이)는 발굴할 수 없다. 토광묘와 민묘, 민가는 발굴이 제한된다. 일제강점기 유적은 모두 발굴 금지다. 자연 도랑은 어느 시대 것이든 발굴할 수 없다. 유구 없이 유물만 포함된 고지층은 발굴 금지 또는 선별 발굴한다. 또 조사원이 되려면 고고학 석ㆍ박사라 해도 발굴 현장에서 조사에 직접 참여한 기간이 6년(2,190일) 이상이라야 한다.

교수들은 발굴 금지 또는 제한 규정이 학문적 연구의 기반을 무너뜨릴 뿐 아니라 법적 분쟁을 일으킬 것이라고 비판했다. 예컨대 조선 후기 경작 유구는 농업사 연구에 꼭 필요한 자료이고, 회곽묘는 미라 수의 편지 등 많은 유물이 나오는 무덤이며, 자연도랑은 선사시대 이래 수변제사 유물의 보고인데도 발굴하지 말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최병현 교수는 "초기 철기 시대 유적으로 유명한 광주 신창동 습지는 자연 도랑이고, 구석기 시대 대표 유적인 연천 전곡리 유적은 유구가 없이 유물만 포함된 고토양층에서 발견됐는데 새 규정에 따르면 앞으로 이런 유적은 조사조차 안 되고 바로 파괴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학자들은 조선 전기 유적인 줄 알고 발굴하다가 조선 후기 것으로 드러날 경우 발굴의 정당성과 비용 보상을 둘러싼 분쟁으로 소송이 속출해 결국 발굴을 기피하게 될 것이라고도 예상했다.

조사원 자격 기준과 관련, 김장석 교수는 "석ㆍ박사 공부를 하면서 현장 일수 2,190일을 채우기는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조사원의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면서"이는 조사원을 그저 땅 파는 사람 정도로 보는 인식에서 나온 것"이라고 비판했다.

고고학계의 반발에 대해 문화재청은 무분별한 소모성 발굴에 따른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고, 조사원 자격의 학력 차별을 없애고자 이같이 기준을 정했다고 설명한다. 또 조선 후기 유적이라도 무조건 발굴을 막는 것은 아니고 사안에 따라 선별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에 문제가 안 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교수들은 "발굴 여부는 현장 실사를 거쳐 전문가들이 결정할 일이지 법령이 이건 되고 저건 안 된다고 무 자르듯 정할 일이 아니다"며 "이번 법령은 문화재 연구와 보존에 큰 타격을 줄 악법이므로 전면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고등학교만 나온 사람도 현장 경력이 충분하면 조사원이 될 수 있는 길은 예전부터 열려 있고 실제 사례도 많다"며 학력 차별 폐지라는 문화재청의 해명을 납득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오미환기자 mho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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