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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하루키는 뜨는데 일본서 황석영은 왜 못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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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서 하루키는 뜨는데 일본서 황석영은 왜 못뜨나

입력
2011.03.15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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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는데 황석영씨는 모른다. 하마사키 아유미는 몰라도 무라카미 하루키는 날개 돋친 듯 팔린다. 각각 일본과 한국에서 상대국 문화가 소비되는 모습이다. 대중문화의 한류가 현해탄 저쪽으로의 밀물이라면 순수문화의 일류(日流)는 이쪽으로의 썰물인 셈. 일본국제교류기금과 대한출판문화협회가 11일 양국 출판 전문가들이 참여해 출판번역 불균형 현상을 분석하는 심포지엄 '한일 문화교류를 위한 한국문학 번역 활성화 방안'을 열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와 백원근 한국출판연구소 책임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에서 번역 출간된 일본 문학서가 832종인 데 반해 2009, 2010년 일본에서 출간된 한국 문학서는 27종에 불과했다. 판매량(2010년 교보문고) 기준으로도 일본 소설은 전체 소설 판매의 19%를 차지해 한국 소설 판매량(34.6%)의 절반을 넘어섰다. 상대국 최고 베스트셀러에 대한 대접은 이런 불균형을 상징한다. 문학동네가 지불한 하루키의 <1Q84> 선인세가 10억원을 넘어선 반면, 신경숙씨의 <엄마를 부탁해> 를 선뜻 출간하겠다고 나서는 일본 출판사는 없었다.

백 연구원은 "도서 수출ㆍ입과 출판저작권의 수출ㆍ입(번역서 출판)을 포괄하는 출판무역은 한일 양국 문화에서의 수요공급 원리, 비교우위의 원리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8ㆍ15 해방 이래 1990년대에 이르기까지 50여년 간 한국문학이 고난의 현대사를 정면으로 끌어안는 거시 담론(민중ㆍ민족ㆍ분단 문학)과 순문학의 세계로 양분돼 대중소설(상업소설)의 진화가 정체된 사이 이미 젊은 독자들의 감수성은 개인주의 세계관으로 바뀌어 버렸다"는 것이다.

그 빈자리를 채운 것이 사소설(私小說)의 전통 위에 재미와 오락성, 개성과 다양성, 일상성과 개인주의로 무장한 일본 소설이라는 분석이다. 백 연구원은 "일본 문학 번역 급증은 정부나 출판사의 의식적 노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출판시장의 자발적 수요에 의한 것"이라고 규정했다. 이를 뒤집으면 곧 일본에서 한국 문학 번역이 고전을 면치 못하는 이유가 된다. 공지영 신경숙씨 등의 작품을 일본에 수출한 이구용 임프리마코리아 이사는 "출판은 비즈니스"라며 "누구를 탓하기 전에 일본에서 읽힐 만한 작품이 있는지 스스로 물어 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고전문학과 이상 박태원 등의 작품을 일본에 소개해 온 사쿠힌샤(作品社)의 우치다 마사토 편집장은 "번역가들은 개인적 정열이나 사명감을 갖고 작업에 임하고 있고 나 같은 사람은 그 열의에 감동해 떠밀려 (한국 문학서를) 출판하고 있다는 것이 솔직한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상업 출판사로서 열의만으로는 지속적으로 일할 수 없다"며 "매스컴 강연회 등을 통해 화제를 불러모으고 보조금을 받는 게 업무"라고 토로했다. 황석영씨의 <오래된 미래> 를 번역한 아오야기 유코씨도 "한국어 번역으로는 생계를 유지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반면 와타나베 나오키 무사시대 인문학부 교수는 일본 내 한국 문학을 비교적 밝게 전망했다. "열악한 여건에서도 인기 작가들의 작품이 꾸준히 간행되고 있고, 이광수나 박태원 등 근대 문학의 번역 출간이 활성화하는 등 눈여겨볼 만한 작업이 진행 중"이라는 것. 그는 공지영의 <사랑 후에 오는 것들> 이나 김훈의 <칼의 노래> 등이 문고판으로 나온 사실에 주목했다. 와타나베 교수는 "단행본 출간 후 문고판 재간행은 어느 정도 판매를 예상할 수 있는 기획에만 주어지는 영광스러운 기획"이라며 "일본에서 한국 문학독자의 저변이 확대됐음을 말해 주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유상호기자 sh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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