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기석
만약 지상의 눈송이가 모두 벌레로 변한다면
만약 도시 상공의 구름이 모두 바윗덩어리로 변한다면
만약 너의 혀가 끝없이 늘어나 두 줄기 레일이 된다면
만약 너의 방이 거대한 콘크리트 괴물의 귓속이라면
만약 네가 걸을 때 빌딩들이 나무들이 둥둥 떠오른다면
만약 네 시의 글자들이 땅벌이 되어 너를 집단으로 공격한다면
만약 너의 입과 항문이 3일 동안 바뀐다면
만약 태양이 만약이라는 노란 환각제 알약이라면
만약 함기석 시인이 만약이라면
만약 벌레들이 눈송이가 되어 솟아오른다면
만약 지상의 바윗덩어리들이 구름으로 변한다면
만약 두 줄기 레일이 끝없이 줄어 너의 혀가 된다면
만약 거대한 콘크리트 괴물의 귓속이 너의 방이라면
만약 빌딩들이 나무들이 걸어가고 네가 둥둥 떠오른다면
만약 땅벌들이 글자가 되고 시가 되어 너를 껴안는다면
만약 3일이 너의 입과 항문으로 바뀐다면
만약 노란 환각제 알약들이 만약이라는 태양이라면
●‘만약 너의 방이 거대한 콘크리트 괴물의 귓속이라면//만약 태양이 만약이라는 노란 환각제 알약이라면’은 만약이 아닌 현실 같기도 하네요. 콘크리트 괴물 귓속 같은 방에서 우리는 또 하루의 환각 같은 태양을 꿈꾸며 희망의 노예가 되어 살고 있는 듯도 하니까요. 만약 우리들의 상상력이 고갈되어 만약 만약이 사라진다면.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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