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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아귀, 아구, AGU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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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일근의 길 위의 이야기] 아귀, 아구, AGUS

입력
2011.03.15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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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연재를 통해 ‘아귀(餓鬼)’는 아귀도에 떨어진 귀신으로, 아귀의 남해안 탯말인 ‘아구’는 아구찜∙탕 등으로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생선 이름으로 새롭게 정리하자는 제안을 한 적이 있다. 생선 아귀의 이름은 귀신 아귀에서 왔다. 아귀는 앙상하게 마른 몸에 먹을 수 있는 배는 큰데 목구멍이 바늘구멍처럼 생겨서 있는 음식도 제대로 먹을 수 없어, 늘 굶주림에 괴로워하는 귀신이라 했다. 아무리 못생긴 생선이라지만 흉악망측한 귀신이름을 빌려와 쓰는 것은 인간의 오만이다. 사람이 귀신을 뜯어먹는 것도 흉하고 해서 차라리 정겨운 사투리인 아구를 표준어로 정하자고 했다. 아구 요리의 본향, 마산 오동동 아구거리에서는 ‘한국아구위원회’가 결성돼 매년 5월 9일을 ‘아구의 날’로 정해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5월 9일(오구)이 아구와 발음이 비슷해 그 날이 아구의 날로 정해졌다. 한국아구위원회는 통합 창원시가 연고인 프로 야구 9구단의 이름을 ‘엔씨 아구스(NC AGUS)’로 하자는 재미있는 제안을 했다. 프로야구 9구단 우선협상자인 엔씨소프트와 ‘아구’란 팀명이 조화를 이룬다는 것. 야구와 아구는 발음이 비슷하며 AGUS는 아구의 영어명이며 복수형이라고 한다. 아구가 드디어 영어로, 복수형으로까지 진화했다. 이 이름이 채택될지는 미지수지만 왜 아구를 아직도 방언 취급을 하는지 아쉽고 섭섭하다.

시인∙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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