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9일 차기 사장 결정하고도 "주총까지 발표 불가"
㈜엑스코(대구전시컨벤션센터)가 23일 주주총회를 앞두고 최근 차기 대표이사를 내정했지만, 그 결과에 대해선 묵묵부답이다. 말 못할 사정이 생겼는지, 다른 의도가 있는지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엑스코는 2008년 3월 취임한 김재효 현 사장의 임기 만료를 앞두고 후임사장을 공모키로 하고 지난달 말 후보자 접수마감 결과 김재효(60) 현 사장과 서울 코엑스 박종만(61) 전 전무 2명이 응모했다. 임원추천위원회는 4일 3시간이 넘는 심층면접과 평가를 실시했고 이를 바탕으로 이사진들은 9일 개최한 이사회에서 1명을 대표이사로 결정했다. 형식상 23일 주총에서 결정하지만 사실상 차기 대표이사는 이날 이사회에서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하지만 14일 현재까지 둘 중 누구인지 오리무중이다. 9일 이사회에 참석한 이사 7명이 "23일 주주총회 보고 때까지 대표이사 내정자를 절대 외부에 밝히지 않는다"는 보안서약을 했다는 이유로 함구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통상적인 주식회사 임원선임 과정과 판이하다. 형식상 주총에서 결정되지만, 주총에서 '쿠데타'가 일어나지 않는 한 내용상으로는 이사회 결정으로 대표이사 선임은 끝난 것이나 마찬가지인데도 '발표불가'라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다른 주식회에서는 엑스코처럼 차기 사장을 '확정'하고도 단순 절차만 남은 주주총회까지 2주간이나 납득하기 힘든 이유로 함구령을 내린 것은 찾아볼 수 없다.
이 때문에 엑스코 직원들도 새로운 사람이 와서 업무보고를 해야 하는 준비를 미리 해야 하는지, 현 사장의 중임으로 축하인사만 하고 끝내는 것인지 갈팡질팡하고 있다.
이에 대해 최대주주인 대구시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현직이 중임을 했거나 그만 두겠다고 밝혀 발표에 별 신경 쓸 필요가 없었다"며 "이번에는 현직이 응모했기 때문에 당사자, 특히 탈락자에 대한 예우문제가 생길 수 있어 주주총회까지 발표를 미룬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반 기업 등에선 주총 이전에 임원들에게 진퇴여부를 미리 통보하는 등의 상황에 비춰 설득력이 떨어진다.
지역 경제계 관계자는 "대구시가 '예의'를 갖추기 위한 것인지, 다른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형식에 집착하다 불필요한 오해를 사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고 꼬집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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