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중앙수사부 폐지를 골자로 한 국회 사법개혁특별소위원회(사개특위)의 방안에 대해 검찰이 강력 반발하면서 중수부 폐지 논란이 또 다시 불거졌다.
중수부는 1981년 4월 출범 이래 대형 부정부패 사건과 재벌 비리, 권력형 사건 등을 다루면서 비교적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지만 박연차 게이트 수사에 이은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로 국민적 비난을 받기도 했다. 검찰은 검찰권의 상징과도 같은 중수부의 위상 때문에 역대 정권이 중수부 폐지를 추진할 때마다 명운을 걸다시피 하며 막았다. 중수부의 존재가치와 존폐를 둘러싼 정치권과 검찰의 시각 차가 그만큼 크다는 뜻으로, 양측의 논리 싸움도 치열하다.
막강한 권한
중수부는 검찰총장의 명령을 받아 직접 수사를 진행하는 직할 팀으로 최강의 전력을 자랑한다. 중수부장 휘하의 수사기획관이 중수1과와 중수2과, 첨단범죄수사과를 지휘하며 전국에서 가장 유능하다고 평가받는 검사 수십 명이 포진해 있다. 필요할 경우 전국 검찰청에서 검사들을 징발해 수사에 투입하기도 한다. 중수부와 간혹 비교되는 일선 지검 특수부가 부장검사 1명과 수사검사 서너 명으로 이뤄진 점을 감안하면 중수부 화력에는 한참 미치지 못한다.
정치권과 재벌 등이 중수부를 저어하는 이유는 그 동안 처리한 주요 사건을 보면 짐작할 수 있다. 1990년대 노태우,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정축재 사건(1995년)과 국세청 동원 대선자금 불법모금 사건(1998년)에 이어, 2000년대에는 불법 대선자금 사건(2003년)과 현대차 비자금 사건(2006년) 박연차 게이트(2009년)를 수사했다. 모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사건들이다. 2003년 대선자금 수사 당시 안대희 중수부장은 국민검사로 불리며 인기(?)를 얻기도 했다.
폐지론 시각 차
거악 척결이라는 중수부 역할론에도 불구하고 폐지론은 꾸준히 제기됐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당시에도 중수부를 폐지하고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를 설치하자는 의견이 제시됐지만 검찰의 반발로 유야무야됐다.
이후 폐지론은 한동안 잠잠해졌지만 무소불위의 검찰권력을 견제해야 한다는 여론, 검찰의 정치적 편향성 시비가 일면서 최근 들어 다시 대두됐다. 특히 박연차 게이트로 촉발된 노 전 대통령의 서거는 보복수사 논란으로 번지면서 중수부 폐지론에 상당한 힘을 실어줬다.
폐지 논리는 간단하다. 사개특위 소속 민주당 김동철 의원은 14일 "중수부 수사는 검찰총장이 직접 지휘하는데, 총장 인사는 권력이 쥐고 있지 않느냐"며 "그만큼 검찰이 권력의 편에 서게 될 확률이 높고 수사 신뢰성도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한 검찰의 반발도 만만치 않다. 대검 고위 간부는 "총장을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은 맞지만 2년 임기가 보장돼 있는데다 더 높은 자리를 바랄 것도 없기 때문에 오히려 외부 눈치 안 보고 공정하게 수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중수부를 폐지하거나 수사 기능을 없애고 일선 검찰청에 그 기능을 넘겨야 한다는 사개특위 방안에 대해서도 시각 차가 크다. 사개특위 소속 한 의원은 "검찰은 중수부를 없애면 마치 손발이 잘릴 것처럼 말하는데, 그만큼 일선 검찰을 못 믿는다는 이야기다. 견제 안 받고 수사하는 중수부보다 일선 검찰청의 수사 효율을 강화하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은 여기 대해서는 수사 현실을 모르고 하는 말이라고 반박한다. 검사장 출신의 한 변호사는 "일선 검찰청과 중수부는 화력 차이가 큰 만큼 가령 재벌그룹 수사를 일선 청에 맡기는 것은 현실적으로 무리가 있다. 한화그룹 사건도 중수부에서 했다면 법무장관의 수사 개입 논란 등 잡음이 거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수부가 역사적 소임을 다했다는 주장도 논쟁거리다. 검찰 출신인 주성영 의원은 "중수부는 설립된 지 30년이 넘었다. 2003년 대선자금 수사로 역사적 기능을 다했고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시대적 종언을 고했다"고 주장했다. 검찰은 그러나 노 전 대통령 서거만 제외하면 박연차 게이트는 성공한 수사였다고 강조한다. 기소한 21명 중 19명이 수사한 대로 유죄가 확정된 점을 근거로 들었다. 검찰 관계자는 "중수부가 맡았던 역대 사건들을 한번 훑어봐도, 과연 그것이 해서는 안 될 수사를 했던 것인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김정우기자 woo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