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4월 전창진(48) 원주 동부 감독이 "새로운 도전에 나서겠다"며 부산 KT의 지휘봉을 잡았을 때 모든 이들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정규시즌 우승 3회, 챔피언결정전 우승 3회를 원주에서 이뤄낸 '치악산 호랑이'가 과연 KT에서도 마법을 부릴 수 있을지 팬들의 걱정 어린 시선이 대부분이었다.
그래도 전창진은 전창진이었다. 결국 그는 해냈다. 전 감독은 지난 13일 통산 4번째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하며 유재학 울산 모비스 감독과 어깨를 나란히 했다. 전 감독은 14일 전화통화해서 "우승이 확정됐을 때 순간적으로 멍했다. 허무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하루가 지나니 이제야 실감이 난다. 4번째 우승이지만 정말 첫 번째처럼 기쁘고 행복하다"고 미소 지었다.
특히 그는 원주에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려 기분이 묘하다고 했다. 전창진 감독은 2008~09시즌까지 TG와 동부에서 6년간 지휘봉을 잡았다. 1999년 TG의 전신 나래 코치 시절까지 더하면 9년이 넘는 시간을 원주에서 보냈다. 전 감독은 "원주는 나에겐 피땀 어린 곳이다. 우승이 확정되면서 '원주와 인연은 보통이 아니다'라고 생각했다"고 감격스러워 했다.
전 감독에게 올시즌은 순탄치 않았다. 송영진과 표명일 등 주전들이 줄 부상으로 제 몸 상태가 아니었고, 특히 '주포' 제스퍼 존슨이 시즌 막판 왼 종아리 부상으로 시즌을 마감하면서 정규시즌 우승은 물 건너가지 않았냐는 예상이 많았다. 전 감독은 "내가 봐도 우리 선수들은 정말 대단하다"며 "농구는 개인이 아닌 팀이 하는 경기라는 걸 반드시 보여주고 싶었다. 위기를 잘 넘겨 준 선수들에게 정말 고맙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 감독은 특히 송영진의 이름을 빼놓지 않았다. 그는 "MVP 후보인 박상오도 박상오이지만 팀을 위해 많이 희생해준 송영진을 '나만의 MVP'로 꼽고 싶다. 올시즌 궂은 일을 정말 잘 해줬다"고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그는 이어 진심 어린 말투로 "지원을 아끼지 않으신 이석채 회장님과 서유열 구단주대행, 권사일 단장님께 감사 드린다. 이 은혜는 평생 갚겠다"고 함박 웃음을 지었다.
전 감독은 마지막으로 "챔피언결정전 우승 전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정규시즌에서 선수들이 자신감을 찾은 게 좋았다. 일단 챔피언결정전 진출을 목표로 열심히 뛰겠다"고 힘줘 말했다.
김종석기자 lef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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