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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도호쿠 대지진/ 방사능에 떠는 주민들 - 원전 연쇄폭발에 넋 나간듯…"집서 다시 살 수 있을지" 눈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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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도호쿠 대지진/ 방사능에 떠는 주민들 - 원전 연쇄폭발에 넋 나간듯…"집서 다시 살 수 있을지" 눈시울

입력
2011.03.14 1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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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런 정보도, 먹을만한 음식과 물도, 추위를 이길 담요도...모든 것이 없습니다. 이렇게 얼마나 지내야 하는지, 과연 언제쯤 집으로 돌아갈 수 있는 지 걱정입니다"

일본 후쿠시마(福島)현 오쿠마마치(大熊町) 지역의 제1원자력발전소에서 60여km가량 떨어진 후쿠시마현 고리야마(郡山)시의 한 피난주민 대피소. 그곳에서 만난 50대 주부 야쓰다(安田)씨는 기자에게 이렇게 극도의 불안감을 토로했다. 야쓰다씨는 12일 오후3시36분 원전에서 멀지 않은 집에서 '쾅'하는 굉음을 듣자마자 창문으로 달려가 바다부터 바라봤다. 대지진에 이은 쓰나미가 우려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바다는 고요했다. 대신 폭발음이 들린 원전 쪽에서 거대한 흰 연기가 하늘 끝까지 치솟고 있었다. 원전에서의 폭발사고였다. TV에서는 '아직 원전의 폭발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다'는 내용의 방송이 거듭됐지만, 야쓰다씨는 불안한 마음에 일단 현금 등 귀중품만 들고 고리야마로 내달았다. 이후 고리야마에는 50여곳의 크고 작은 피난소가 마련돼, 7,000여명이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북쪽의 후쿠시마에도 70여곳의 피난소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후쿠시마보다 고리야마가 원전에서 조금 더 가까운 편이라 기자는 일단 이곳부터 찾았다.

두 번째 원전 폭발, "피난소도 불안하다" 분위기 팽배

14일 오전 11시께 무거운 침묵 속에 빠져 있던 고리야마 시내 종합운동장 피난소가 갑자기 술렁거렸다. 피난민들의 집 근처 제1원전의 3호기가 또 폭발한 것. 300여명의 피난민들은 TV앞으로 모여들었고 일부는 한숨과 함께 눈물을 내비치기도 했다. "정부가 원전은 절대 안전하다고 했는데, 이제 정부도 언론도 믿을 수가 없어요."한 40대 주민은 "현재 상황을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 기자에게 이렇게 신경이 곤두선 반응을 보였다. 다른 30대 주부는 "방사능 누출사고는 전혀 없을 줄 알았는데 이젠 복구가 가능한 건지, 그 이후 집에서 안심하고 살 수 있는 건지 모든 게 걱정이다"며 이내 고개를 깊게 숙였다. TV를 통해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14일 기자회견에서 "원전 3호기가 수소폭발했지만 격납용기는 안전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피난민들 곳곳에서는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 터져 나왔다. 일부 피난민들은 도쿄의 친지와 급히 전화통화를 한 뒤 서둘러 짐을 챙겼다. "제1원전 1,3호기 폭발했고, 2호기와 바로 옆 후쿠시마 제2원전 1,2,4호기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다는 뉴스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피난소라고 안전할 것 같지 않아 사태가 진정될 때까지 일단 멀리 멀리 가 있을 생각입니다."

견디기 어려운 추위와 허기, 구호품도 바닥

고리야마 피난소의 생활상은 전쟁 피난처나 다름없다. 최악의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300여명이 모여있는 실내야구장 피난소에는 바닥에 놓인 10여개의 난로를 중심으로 피난민들이 동그랗게 원을 그리고 있다. 영상 2~4도 쌀쌀함은 이들을 더욱 움츠리게 하고 있다. 14일 오후3시30분께 이곳서 100여km 떨어진 일본 내륙에서 규모 5가량의 강력한 지진이 발생하자 피난소는 또 한번 비명과 괴성이 울렸다. 어린 아이들은 울음을 터뜨렸다. 대지진 이후 하루에 10여차례 이상 반복되고 있는 현상이다. 피난민들의 근심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피난민들은 마음 놓고 마실 물도 부족하다. 자위대가 공급하는 식수를 얻기 위해 양동이와 플라스틱 페트병, 그도 안되면 비닐봉지를 들고 배급을 받는다. 주먹밥과 빵, 바나나 등으로 허기를 달래지만 이마저도 넉넉지 않다.

물이 부족하다보니 세수마저 제대로 하기 어렵다. 그나마 화장실의 경우, 고리야마시 측에서 곳곳의 큰 건물 내부를 개방해 사정이 조금 나아졌다. 거리의 상점은 거의 문을 닫았다. 편의점의 식료품은 이미 동이 난 상태다. 주유소에도 판매할 기름이 없다. 전기는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사정이 나아졌다. 거리를 오가는 사람들의 모습도 거의 보기 힘들다. 인구 33만여명의 중소도시이지만 대지진에 이은 쓰나미, 원전 외벽폭발에 따른 20만여명의 피난행렬이 빠져나가면서 고리야마는 침묵의 도시로 변하고 있다. 이 곳에서 최소한의 식량과 식수 만으로 추위를 이겨내고 있는 것이 피난민들의 현재 모습이다. 방사능 유출은 진짜 미미한 수준인지,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는 건지, 이런 질문을 누구에게 던져야 하는지, 또 누가 가르쳐 줄 수 있는지... 모든 게 불확실한 속에서 4일째 공포에 떨고 있는 이곳의 피난민들은 이렇게 답 없는 독백을 거듭 하고 있다.

고리야마(후쿠시마)=염영남기자 liber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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