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00억원이 넘는 현대건설 매각이익이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에 새로운 불씨로 작용할 전망이다. 만약 금융당국이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승인을 늦출 경우, 이 돈의 일부는 외환은행 대주주인 론스타 몫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어 또 한번 국부유출 논란이 빚어질 전망이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대건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은 현대건설을 현대차그룹에 매각하면서 약 8,040억원의 이익을 얻게 됐다.
문제는 이 돈의 최종 권한이 누구에게 있느냐는 것. 하나금융과 론스타가 맺은 외환은행 주식매매계약(SPA) 대로라면, 외환은행 경영권을 가진 하나금융이 이 돈의 용처에 대한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다. 실제로 하나금융이 론스타에게 지불키로 한 외환은행 인수대금에는 당시 현대건설 주식가치(액면가 기준 약 3,000억원)가 포함되어 있다.
하지만 이 계약은 하나금융이 늦어도 5월말까지 론스타에 외환은행 인수대금을 납부해야만 유효하다. 만약 5월말까지 대금 납부를 완료하지 못할 경우, 계약은 파기될 수 있다. 이번에 금융위원회가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에 대해 승인불가판정을 내리거나, 혹은 뒤로 미룰 경우 론스타는 하나금융과 맺은 계약을 파기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8,000억원의 현대건설 매각차익에 대해서도 론스타측이 권리를 행사, 분기배당 등을 통해 빼갈 수도 있게 된다.
현대건설 주식 매각 차익은 외환은행 인수대금(4조6,888억원)의 17%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액수. 한 금융권 관계자는 “만약 인수 승인 지연으로 계약이 파기되면 론스타는 이익 회수를 위해 이 돈을 배당으로 가져갈 가능성도 충분하다”며 “이렇게 되면 또다시 국부유출 논란으로 이어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손재언기자 chinaso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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