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은 볼품 없는 배경에 열정만 지닌 풋내기 PD다. 그의 상대는 취재 현장에서 잔뼈가 굵고 묵직한 뉴스 진행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산 노장 앵커. 건널 수 없을 듯한 감정의 강이 둘 사이에 흐르는데 묘하게도 두 사람은 한 배를 탔다. 과연 두 사람은 동승한 배의 노를 함께 저어갈 수 있을까. '굿모닝 에브리원'은 삶의 터전인 방송에서 퇴출이냐 살아남느냐의 기로에 선 두 남녀의 우정과 갈등을 재미와 의미를 섞어 맛깔스럽게 전한다.
베키(레이첼 맥아담스)는 40년 넘는 전통을 지녔지만 시청률은 바닥을 기는 아침 뉴스 프로그램의 PD가 된다. 의욕을 상실한 스태프들을 다독이며 프로그램 살리기에 나선 베키는 어려서부터 존경하던 앵커 마이크(해리슨 포드)를 새 진행자로 영입한다. 정통 뉴스 신봉자인 마이크는 방송국과의 계약서 조항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합류하지만 연예인 신변잡기에 더 초점을 맞추는 프로그램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다. 프로그램이 폐지될 위기에 처한 사실을 안 베키는 갖가지 선정적인 아이디어로 시청률 끌어올리기에 나서고, 마이크의 얼굴은 갈수록 구겨진다.
방송국을 배경으로 여자 주인공의 단순한 성장담만을 전하진 않는다. 뉴스 가치는 제쳐두고 흥미 위주로 흐르는 방송의 씁쓸한 현실을 두 주인공의 감정에 대입한다. 사회 변혁을 이끌 수 있는 뉴스만이 가치 있다고 믿는 고지식한 마이크, 살아남기 위해 선정적인 방송에 매달리는 베키는 정통과 황색 사이에서 방황하는 저널리즘의 현주소를 대변한다. 베키의 노력으로 시청자층은 넓어지지만 시청률은 크게 오르지 않는 모습, 주지사의 비리를 고발하는 특종 한 방으로 시청률에 기여하는 마이크의 활약 등이 여러 시사점을 던진다. '노팅힐'의 로저 미첼 감독. 17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라제기 기자 wender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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