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것은 때로 불편하다. 100년 전쯤 프랑스 미술가 마르셀 뒤샹(1887~1968)이 소변기를 '샘'이라며 전시하자 사람들은 경악을 금치 못했다. 마르크 샤갈, 빈센트 반 고흐의 예쁜 그림에 익숙했던 관객들은 '이게 어떻게 예술이냐'라고 공격했다. 하지만 충격은 변화를 가져왔다. 1960년대 이후 예쁜 그림 대신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그림을 중시하는 개념미술(Conceptual art)이 현대미술의 주요 흐름으로 자리잡게 된 것이다.
두 해외 개념미술가가 국내에 소개된다. 프랑스 미술가 베르나르 브네(70)의 '베르나르 브네_페인팅 1961~2011'전은 내달 14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설치된 둥근 철 조각으로 국내에 잘 알려져 있다. 멕시코 작가 카를로스 아모랄레스(41)의 국내 첫 개인전 '사일런트 필름(Silent films)'도 청담동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5월 21일까지 선보인다. 전시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두 작가의 가상대담을 통해 개념미술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봤다.
두 해외 개념미술가가 국내에 소개된다. 프랑스 미술가 베르나르 브네(70)의 '베르나르 브네-페인팅 1961~2011'전은 내달 14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다. 작가는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설치된 둥근 철 조각으로 국내에 잘 알려져 있다. 멕시코 작가 카를로스 아모랄레스(41)의 국내 첫 개인전 '사일런트 필름(Silent films)'도 청담동 송은아트스페이스에서 5월 21일까지 선보인다. 전시를 위해 한국을 방문한 두 작가의 가상대담을 통해 개념미술에 좀 더 가까이 다가가 봤다.
아모랄레스: "수학공식을 예술에 쓰다니 놀라워요. 왜 하필 수학공식입니까?"
브네: "미술은 꾸미기 위한 게 아니에요. 미술에 대한 열정은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데 있죠. 이제껏 아무도 수학공식을 예술에 접목시키지 않았죠. 25세 때 수학책을 펼쳤다가 어떤 생각의 개입도 안 들어간 정확한 개념인 수학에 끌렸어요. 그렇다고 단순 차용으로 혼돈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게 아니라 하나의 모형, 자체로 상징적 특성을 지닌 수학적 모형을 작품에 도입한 것으로 봐 주면 좋겠네요."
아모랄레스: "저는 한국에서 떠올린 영감으로 악보 설치작품 '그래피티 송 (Graffiti Songs)'을 그렸어요. 한국에 오니 거리에 제가 모르는 한국어로 적힌 간판들이 많더군요. 마치 악보를 보는 것 같았죠. 그것은 제게 의미가 아닌 조형일뿐이에요. 그런 의미에서 음악은 세계인이 공통으로 소통할 수 있는 유일한 체계입니다. 악보를 그린 이유도 그래서죠. 합창곡을 편집한 것입니다."
브네: "재미있군요. 전통적 아름다움과는 다른 것 같은데요?"
아모랄레스: "저는 아름답게 보여지기 위해 예술을 하는 게 아닙니다. 문화적 충격을 경험하고 이를 예술적 작업을 통해 풀어 나가죠. 96년 유명한 예술가인 아버지의 그늘에서부터 벗어나고 싶었을 당시 레슬링 경기를 봤어요. 충격이었죠. 마스크를 쓰고 링 안으로 뛰어 들어가 경기를 한 적도 있었어요. 관객은 이게 예술인지조차 알지 못했지만 그건 마치 저의 '자서전 같은 작품'이었죠."
브네: "그 점은 저도 동감합니다. 저는 제 작품에서 자아를 지워 버리려고 합니다. 고흐처럼 작가의 삶이 작품에 투영되는 것은 이제 불필요해요. 물론 뛰어난 작품입니다. 그건 그들이 독자적 개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작품은 새로워야 해요. 이미 한 것을 가지고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에요. '마르크 샤갈의 느낌이야'라는 평을 듣는 순간 그 작품은 버려져야 해요. 덧붙이자면 제가 추구하는 작업은 하나의 의미만을 가져야 해요. 작가가 '의자'라고 이름 붙인 작품을 '암소'로 해석하면 곤란하죠."
아모랄레스: "이기적이네요. 물론 작가의 의도, 구상이 충분히 작품에 녹아 있는 게 중요하지만 관객에게 해석의 여지도 줘야 해요. 저는 사람들이 작품을 통해 소통하길 원합니다."
브네: "관객은 작품을 이해하려고 달려들어선 안 되요."
아모랄레스: "그래서 대중들은 우리 작품을 어렵다고 합니다. 혹자는 '저것도 작품이야'라고 묻죠."
브네: "어렵다, 쉽다를 떠나 새로운 것을 보는 것에 포인트를 뒀으면 해요."
아모랄레스: "작품 구상은 어떻게 해요?"
브네: "1,2분이면 작품 구상이 끝나지만 그건 이미 수십년간 훈련해 온 내 뇌의 훌륭함 덕분이죠. 찰나의 감각으로 정해 놓은 것을 조수의 도움을 받아 컴퓨터로 도안을 인쇄하고, 캔버스에 그 도안을 따라 페인팅을 해요. 하지만 작품의 배치, 색의 구성은 모두 내가 결정하죠. 쉬운 작업이 아닙니다. 당신은 어떻죠?"
아모랄레스: "이번에 처음 선보이는 '레이요그램(Rayogram)'은 카메라를 사용하지 않고 감광지 위에 물체를 놓고 빛을 비추는 음영기법을 사용한 것이죠. 빛의 노출 정도, 오브제의 위치 및 투명도 등이 달라지는 것을 포착해 일부러 흐릿하게 표현했죠. 그 과정은 모두 우연찮게 진행되죠. 아무런 계획도 틀도 없이 말이죠."
브네: "그래요. 그런 아이디어는 아무나 쉽게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전에 볼 수 없었던 그 무엇을 끊임없이 추구하는 것, 그게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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