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일본 홋카이도(北海道)와 도호크(東北)지방 문학관을 취재하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아오모리(靑森)를 처음 방문했다. 홋카이도 하코다테(函館)에서 바다 속으로 연결된 기차를 타고 쓰가루(津輕)해협을 건너 아오모리에 닿았다. 춥고 눈 많은 겨울이 서서히 찾아오는 계절이었다. 찾아간 곳은 아오모리 근대문학관이었다. 아오모리는 카사이 젠조(葛西善藏), 다자이 오사무(太宰治)를 비롯한 뛰어난 작가를 많이 배출한 문향이다. 문학관에 전시되고 있는 1,000곳이 넘는 문학명소와 문학비의 위치를 소개해놓은 ‘아오모리 문학지도’가 그 역사를 증명하고 있었다. 취재를 마치고 아오모리공항에서 일본 국내선을 타고 삿포로(札幌)로 돌아왔다. 공항에서 비행기를 기다리며 저녁 삼아 사과 파이를 사 먹었는데 그 맛이 아주 뛰어났다. 그래서 아오모리가 사과의 고장이라는 것을 알았다. 일본 사과 생산량의 반 이상이 아오모리에서 나온다고 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아오리 사과’도 아오모리에서 만들어졌다. 아오모리에 사과가 익어갈 때 한 번 찾아가고 싶었다. 인연이 된다면 끝없이 펼쳐진 사과밭을 보고 싶었다. 이번 대지진 화면 속에서 폐허가 된 아오모리를 만났다. 끔찍했다. 60만점의 소중한 문학자료를 보관하고 있던 근대문학관이 제 자리를 지켜주길 바란다. 잠시 스친 인연이지만 아오모리에서 만난 분들이 무사하길. 아오모리 사과밭들도 무사하길 바란다.
시인ㆍ경남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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