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물도 음식도 없어요, 제발 구조 좀…" 추위·공포속 다급한 SOS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물도 음식도 없어요, 제발 구조 좀…" 추위·공포속 다급한 SOS

입력
2011.03.13 17:32
0 0

[일본 대지진/폐허된 도시들] 센다이뻘에 처박힌 비행기·뒤엉킨 차·검은 연기…"원전 60㎞ 인근에" 위기감도

십여m가 넘는 거대한 물기둥은 평화롭던 농촌도시의 일상을 5분 만에 파괴해버렸다. 수마가 할퀴고 간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의 관문, 센다이(仙臺)는 대재앙이 부를 수 있는 모든 참상의 유형을 보여줬다.

카시무라 츠네요시(29)씨는 13일 오전 한 자동차 수리공장 2층에서 구조의 손길을 애타게 요청하고 있었다. "구조대는 어디에 있나요, 119에 벌써 몇 번이나 전화를 했지만 아무도 오지 않아요." 그는 이틀 전 와카바야시(若林)구 아라하마(荒浜) 해안에서 가족과 함께 망중한을 즐기던 중이었다.

순간 고막을 찢을 듯한 굉음이 들렸고, 뒤이어 긴급 대피를 알리는 방송이 다급하게 흘러 나왔다. 그러나 그가 바다 쪽으로 눈을 돌렸을 땐 이미 시커먼 무언가가 해안을 덮칠 기세였다. 서둘러 승용차에 몸을 싣고 감행한 필사의 탈출도 잠시. 1분도 지나지 않아 밀려든 물폭탄은 그와 가족들을 300m나 떨어진 논바닥에 내동댕이쳤다.

추위와 공포에 떨며 차안에만 있을 수도 없었다. 슬금슬금 스며드는 물을 도저히 막아낼 방법이 없었다. 다시 시작된 2차 탈출. 츠네요시씨는 "진흙과 쓰레기더미로 범벅된 거리를 밤새도록 헤맨 끝에 겨우 인근 공장으로 대피했다"고 말했다. 츠네요시씨 가족은 그래도 운이 좋은 경우에 속한다. 그가 머물던 해변가에선 200여명의 시신이 집단적으로 발견됐다.

쓰나미 공포를 여실히 보여줬던 센다이 공항에는 도시의 온갖 쓰레기가 모인 듯했다. 정작 있어야 할 항공기는 활주로를 한참 벗어난 뻘에 쳐박혔고, 동강난 수백대의 자동차와 나무들이 뒤엉켜 활주로를 차지했다.

건물 외벽에 '300명이 있으니 도와달라'는 글씨를 크게 써 긴급 상황임을 알리는가 하면, 옥상 위에서 흰색 깃발을 흔들며 도움을 요청하는 시민들도 다수 눈에 띄었다. 건물 곳곳에서 불기둥과 시키먼 연기가 치솟는 장면도 목격됐다. AP통신은 "도시 절반 이상이 물에 잠긴 탓에 구조 보트가 아니고선 도심에 접근조차 할 수 없다"며 구조작업에 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센다이에서는 지진 발생 이틀 만에 전기가 들어왔다. 하지만 가스 공급은 여전히 끊긴 상황이어서 당장 주민들의 밥짓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 때문인지 문을 연 슈퍼마켓이나 편의점 매장마다 생필품을 사려는 인파로 북적거렸지만, 그나마 육류나 생선 등 냉동이 필요한 식료품은 대부분 상해 쓸모가 없었다. 야스에씨는 "물도 음식도 없다. 대피소는 너무 추워 차안에서 지내려는 이재민이 더 많다"고 했다.

주민들은 구조 지연에 따른 어려움보다 방사능 유출 가능성을 더 염려하는 눈치였다. 원전 폭발 사고가 일어난 후쿠시마(福島)는 센다이에서 불과 60km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센다이 한인동포단체 관계자는 "항공기 운항이 전면 금지됐기 때문에 인근 야마가타(山形)시까지 버스로 이동해 방사능 영향권에서 벗어나려는 주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CNN방송은 "센다이는 산업시설과 중심지가 해안을 끼고 있는 동부 저지대에 형성돼 피해가 더욱 컸다"고 분석했다.

김이삭기자 hiro@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