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르노빌 참사와 같은 대재앙으로 번지고 말 것인가. 일본 후쿠시마(福島) 원자력발전소의 사고확산을 어떻게 막을 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대지진으로 일본 최초의 노심용융 사고가 일어나자 체르노빌 같은 끔찍한 피폭사고로 이어질지 모른다는 최악의 상황까지도 우려되고 있다.
일본 정부는 13일 오후까지 전날 폭발을 일으킨 후쿠시마 제1원전 1호기에 해수와 붕소를 쏟아 부으며 온도 낮추기에 안간힘을 썼다. 지어진 지 41년이 돼 곧 가동을 중단할 예정이었던 1호기는 12일 지진 여파로 냉각수가 멈추며 노심이 녹기 시작했다. 이어 3호기에서도 노심용융이 우려돼 냉각수를 주입하기 시작했다고 에다노 유키오(枝野幸男) 관방장관은 13일 밝혔다.
핵무기확산방지를 위한 비영리재단인 플라우셰어스펀드의 조지프 시린시온 회장은 12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가 상황을 수습하지 못한다면 노심의 부분 용융은 전면적 용융으로 이어져 끔찍한 재앙이 초래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노심을 둘러싼 격납용기까지 녹아 내리면 핵연료봉의 고강도 방사능물질이 고스란히 대기로 누출된다는 뜻으로 이 경우 체르노빌 참사처럼 그 피해는 주변국에까지 걷잡을 수 없이 퍼진다.
1986년 체르노빌 참사는 우크라이나(옛 소련) 동북부 체르노빌 원전 4호기에서 시스템시험 중 원자로가 폭발해 45년 히로시마 원자폭탄 투하 때의 400배나 되는 핵 오염이 일어난 최악의 원전사고다. 당시 4월26일 발생한 화재는 5월6일까지 불길이 잡히지 않아 원자로 노심이 녹아 내렸고 우라늄 플루토늄 세슘 스트론튬 등 치명적 방사능 물질이 10톤 이상 방출됐다. 낙진은 이웃나라 벨라루스, 동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 심지어 미국 동부에까지 날아갔다. 이 사고로 56명이 사망하고 4,000명이 방사능 피폭에 따른 암으로 사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공식 보고됐다. 그린피스 등 국제환경단체는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러시아 등 3개국에서만 20만 명이 사망했을 수 있고 9만3,000명이 암으로 사망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이번 일본의 원전사고는 노심은 녹았지만 방사능유출은 크지 않았던 미국 스리마일원전 경우에 더 가깝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체르노빌 원전과 달리 고온에서 불이 잘 붙는 흑연을 감속재로 사용하지 않았고 노심을 둘러싸고 있는 강철 격납용기가 아직 무사하기 때문이다. 나오토 세키무라 도쿄대 교수는 영국 일간 더 타임스에서 “비등형 경수로에서는 체르노빌과 같은 참사는 가능하지 않다”며 “냉각수가 줄면 온도는 높아지지만 폭발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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