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김영진 의원의 속이 타고 있다. 이명박 정부나 한나라당 때문이 아니다. 현해탄 건너 일본 민주당 도이 류이치(土肥隆一) 의원을 향한 안타까움 때문이다.
도이 의원은 지난달 27일 우리 국회에서 김 의원 등과 함께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 중단 등을 요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후 일본 우익 세력의 공격을 받아 지난 10일 당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김 의원은 발끈했다. 이튿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도이 의원의 헌신이 '착오'를 통해 왜곡돼선 안될 것"이라고 밝혔다. 도이 의원이 당시 선언문에 서명도 하지 않는 등 적극적인 역할을 한 것도 아닌데 일본 내 정치적 반대파들이 이번 사건을 악용하고 있다는 항의였다. 그럼에도 김 의원은 더 이상의 항의는 어려워했다. 한국 정치인의 옹호가 되려 그에게 해가 될까 싶어서다.
두 의원은 각별한 사이다. 2000년 한일기독의원연맹의 양측 회장을 맡으면서 인연을 맺었다. 도이 의원은 당시 자신이 일제 하 한국에서 태어났고 아버지가 조선총독부의 고위 관료였다는 사실을, 김 의원은 선친이 일본에 끌려가 4년 간 노역에 시달렸다는 사실을 털어놓게 됐다. 이를 계기로 둘은 지금껏 연락을 주고받는 막역한 사이가 됐다. 김 의원은 13일 "일본의 대지진 피해만 수습되면 당장 내가 일본을 찾거나 도이 의원을 한국에 초청해 아픔을 달래주고 싶다"고 말했다.
진성훈기자 blueji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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