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일본을 강타한 대지진이 국내 여행업계를 뒤흔들고 있다. 일본에 있던 한국인 유학생 등이 속속 귀국길에 오르는 가운데, 일본인 관광객 역시 국내 관광 일정을 채 끝내지도 않은 채 앞다퉈 일본행 비행기에 몸을 싣고 있다. 더불어 일본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 중인 국내 여행사는 11일 이후 줄을 잇는 예약 취소에 울상을 짓고 있다.
지진 발생 3일째인 13일 인천국제공항과 서울 김포공항은 한일 양국을 오가는 이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입국자 대부분은 “지진의 공포에서 벗어나 잠시 한국으로 피신”을 하는 재일유학생들이었고, 출국자는 다수가 “관광 중이었는데, 가족 걱정에 서두르고 있다”는 일본 관광객이었다.
일본 와세다대 대학원에서 공부 중이던 이은재(27)씨는 “지진이 계속 이어져 패닉 상태다. 원자력발전소 폭발 소식을 듣고 급하게 표를 구해 귀국했다”고 했다.
귀국 행렬에는 한류 스타도 예외가 아니었다. 드라마 ‘동이’ 프로모션을 위해 도쿄를 방문한 배우 한효주씨는 일정을 하루 당겨 12일 저녁 비행기로 급히 돌아왔고, 배우 신민아, 걸그룹 카라와 2NE1 등도 이날 귀국하거나 귀국을 서두르고 있다.
일본 관광객들도 급히 짐을 챙겨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13일 오후 3시50분 출국한 노리코 우다가와(30)씨는 “빨리 가서 가족과 집이 괜찮은지 확인을 해봐야겠다. 가족도 빨리 들어오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같은 비행기를 탄 야쓰토미 리사(22)씨도 “가족이 치바(千葉)시에 살고 있어 큰 걱정은 안 하지만 가족들이 보고 싶어 서둘러 떠난다”고 했다.
국내 관광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는 여행사는 발등에 불이 떨어진 상태다. 외국인 관광객 중 35%의 비중을 차지하는 일본인 관광객의 입국 취소가 점쳐지고 있고 벌써 예약 취소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특히 도쿄 지역 거주자의 취소가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했고, 롯데관광 관계자 역시 “12일을 기준으로 전체 일본 여행객의 70%가 국내 여행 예약을 취소했다”고 설명했다.
일본으로 향하는 국내 관광객들의 발길도 사실상 끊겼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정확한 수치는 파악되지 않고 있지만 단순 여행객의 예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고 했다. 롯데관광도 “일본 특히 도쿄 지역으로 가는 여행상품은 14일까지 모두 취소된 상태”라며 “현지 피해상황을 파악한 후에 재개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부산과 전남 광양시에서 일본으로 향하는 배편을 이용한 여행객은 지진 이후 절반이나 감소했다. 전남광양훼리 관계자는 “13일 예약자 190명 중 130명이 취소를 한데다 안전문제도 있어 배를 아예 띄우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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