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영어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거나 소위 '영어영재'라 불리는 학생들은 공통적으로 다독(Extensive Reading)을 생활화하고 있다. 다독은 학습자가 원하는 다양한 주제의 책을 줄거리 중심으로 많이 읽는 것을 말하며, 영어의 전반적인 능력을 크게 향상시킬 뿐 아니라 읽기에 대한 동기와 목적의식을 갖게 하기 때문에 학습 전반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언어학자들에 따르면 언어 습득을 위해서는 최소 1만 시간 정도의 노출이 필요한데, 우리나라처럼 영어를 외국어로 사용하는 EFL(English as a Foreign Language) 환경에서는 학교에서 받는 수업만으로 1만 시간을 충족시키기 어렵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공교육에서 부족한 영어 노출량을 다독을 통해 늘릴 수 있다고 말한다.
효과적인 다독을 위해서는 먼저 읽고 싶은 영어책을 골라야 한다. 만약 공룡에 관심이 많은 아이가 공룡의 종류나 습성 등에 대한 영어책을 선택하면 보다 재미있게 책을 읽을 것이다. 영어를 공부한다는 생각보다 공룡에 대해 조금씩 알아간다는 재미가 더 강하기 때문이다. 공룡에서 시작된 관심이 추후 지구환경 문제 등으로 확대되면서 아이는 더욱 다양한 주제의 영어책을 읽게 된다. 아이가 어리다면 처음에는 학부모나 교사가 아이의 흥미에 맞는 책을 찾아 권해 주다가 점차 권장 목록을 보여주고 직접 원하는 책을 고르도록 하는 것이 좋다. 그러다 보면 나중에는 스스로 원하는 책을 찾아 읽을 수 있게 된다.
영어책의 수준은 사전을 찾지 않고도 줄거리를 파악할 수 있는 정도가 적당하다. 자신보다 높은 수준의 영어책을 선택하면 내용 파악을 위해 일일이 사전을 찾느라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 모르는 단어가 한 페이지에 다섯 개 안팎이면 일단 읽기에 알맞은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읽다가 모르는 단어가 나와도 사전을 찾지 않고, 되도록 문맥을 통해 단어를 유추해 보되 다 읽은 후에도 잘 모르겠으면 그때 사전을 찾는 것이 좋다. 단계별 영어책이나 수준별로 구성된 시리즈물 등을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이런 책들은 어휘 수준에 따라 단계를 나눴기 때문에 비슷한 수준의 책을 여러 권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책을 읽을 때는 즐기면서 읽어야 한다. 그래야 효과적인 다독이 이뤄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영어책을 읽은 후에 단어시험을 본다거나 얼마만큼 이해했는지 파악하기 위해 세부적인 내용을 묻는 것은 피해야 한다. 만약 독후 활동을 하고 싶다면 어린 아이들의 경우 읽은 책의 표지를 새롭게 디자인하거나 사건 위주로 그림 그리기, 책의 내용을 영화로 만든다고 가정하고 영화 포스터 만들어보기 등의 활동을 해보는 것이 좋다. 영어를 쓰고 말하는 것에 조금 더 자신감이 생긴 아이들은 책 속의 등장인물 중 마음에 드는 이에게 편지를 써보거나 인터뷰하기, 스토리의 시작과 끝을 다르게 구성해보기 등을 할 수 있다.
원어민이 읽는 것을 들은 뒤 소리 내어 따라 읽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오디오 자료가 포함된 영어책을 활용하면 읽기를 통해 듣기와 말하기까지도 학습할 수 있다. 어린 아이들일수록 오디오를 따라 읽거나 스스로 소리 내어 책을 읽을 때 부모가 칭찬해주면 자기주도적인 독서습관을 형성하는데 도움이 된다. 오디오를 따라 읽을 때는 원어민과 한 문장씩 번갈아 가면서 읽기, 읽은 것을 녹음해서 듣기, 읽은 내용을 대본으로 각색해서 연극하기 등 다양하고 흥미로운 방법들을 적용해볼 수 있다.
다독은 학습자가 주도적으로 하는 활동이기 때문에 슬럼프에 빠지게 될 경우 읽기를 지속하기 어렵다. 방향을 잡고 읽기 활동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목표를 세우고 읽은 영어책의 목록이나 그에 따른 기록 등을 남겨두는 것이 좋다.
윤선생영어교실 국제영어교육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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