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일본 동북부를 강타한 규모 8.8의 강진에 한국 교민들도 공포의 하루를 보내야 했다. 아수라장을 방불케하는 혼란을 겪는 와중에 여진이 쉴새없이 여진이 계속돼 추가 피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았다. 휴대폰은 거의 연락이 닿지 않았고, 간신히 연결이 돼도 수화기 너머 교민들은 통화 도중 "또 흔들린다"며 두려워했다. 쓰나미가 밀려와 물에 잠긴 지역에 거주하는 교민들은 아예 연락이 두절됐다.
송홍선 무역협회 도쿄지부장은 이날 오후 본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건물이 몇 번이나 흔들렸고 벽이 갈라졌다. 대피 명령은 없었지만 건물 안이 안전하니 떠나지 말라고 해 모두들 긴장한 채로 대기 중이다. 전철은 끊겼고, 시내에 차는 다니지 않고 있다"고 현지 상황을 전했다.
도쿄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안모(38)씨는 "사전 경보가 없어서 당황했다. 책장의 책들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TV가 넘어져 액정이 부서질 정도로 집이 흔들렸다"며 "10~20분 간격으로 작은 여진이 오고, 40분 간격으로 큰 여진이 반복되고 있어 가족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더 큰 여진이 있을까 걱정이다"라고 말했다.
도쿄 인근 지바에서 파친코가게를 운영하는 정덕수(59)씨는 "가게가 크게 흔들리더니 정전이 됐다. 지금은 여진 때문에 모두들 TV 앞에서 걱정만 하고 있다.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비참한 상황이다. 이곳에서는 통신망이 붕괴되지는 않았지만 전화 통화량이 폭주해 연결이 잘 안 된다"고 긴박했던 순간을 전했다.
일본 현지에 파견된 한국의 기업체 직원들은 전원 대피 조치를 취하는 등 불안정한 상태다. 도쿄 코리아비즈니스센터 직원들은 "사무실 전체가 심하게 흔들려 전원 계단을 통해 대피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상황을 전했다. 한 직원은 "사무실 집기 등이 지진 여파로 파손되는 등 일대 혼란을 겪었다. 휴대폰을 비롯해 모든 유선 전화가 불통인 상태로 인터넷 메신저를 통해 서로 안부를 주고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여자들은 울부짖고 건물을 빠져나온 사람들은 인근 공원 대피소로 달려갔다"고 말했다.
한 온라인 게임업체 일본지사 관계자는 "도쿄 법인에 근무 중인 직원이 지진 발생 직후 '상황이 급박해 나가봐야 할 것 같다'고 한 후 연락이 되지 않는다"며 "직원 신변 안전과 피해 상황 파악을 위해 계속 연락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교민들은 특히 쓰나미 피해가 예상되는 일본 동북부 지역과의 연락이 단절된 데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대학원생 안씨는 "미야기현 등 동북부 쪽에는 정전으로 전화는 물론 인터넷조차 연결이 안 된다"고 걱정했다. 외교통상부 등에 따르면 이번 지진으로 인해 직접적인 피해가 예상되는 일본 동북부 지역에는 우리 교민 1만1,500여명이 거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위터 등을 통해서도 도쿄 현지 상황이 속속 올라왔다. 한 교민(sumikim70)은 '다행히 아직 전기는 된다. 밖은 모르겠지만 건물 안은 일단 멀미가 날 정도로 심하게 흔들린다'고 전했다.
오사카에 사는 한 교민(sunny99h)은 '오사카는 좀 흔들렸지만 괜찮다. 쓰나미 경보가 있긴 했지만 바닷가가 아니라면 문제가 없을 듯 하다'고 안도했다. 또 '지하철 안에 갇혀 있었는데 진동이 장난 아니네요. 전화 불통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요. 아직도 울렁거려요' '편의점에 가보니 도시락도 떨어지고 물도 없더라'는 등의 생생한 증언이 이어졌다.
박상준기자 buttonpr@hk.co.kr
남상욱기자 thoth@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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