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11일 본회의를 열어 농협중앙회의 신용사업과 경제사업 분리를 골자로 하는 농업협동조합법 개정안을 비롯해 모두 79건의 안건을 처리했다. 1994년 첫 논의를 시작한 이래 17년만이다. 재계가 '반(反)대기업 입법' 이라면 비판해온 하도급거래 공정화법 개정안과 상법 개정안 등도 처리했다.
농협법 개정안에는 농협이 농협중앙회 명칭을 유지하고 경제지주와 금융지주를 설립하는 내용이 담겼다. 내년 3월 출범하는 새 농협 조직은 중앙회와 농축산물 가공ㆍ판매ㆍ유통 등 경제사업을 아우르는 농협경제지주회사, 금융사업을 포괄하는 농협금융지주회사 등 1중앙-2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된다. 농협은 보유 자본금 12조원 중 30%를 경제사업에 우선 배분한다.
개정 하도급법은 대기업이 하청업체(중소기업)의 고유 신기술을 악의적으로 유용하거나 빼앗아 가는 경우 손해액의 3배까지를 배상액으로 정할 수 있도록 했다. 특히 기술 탈취가 고의였는지 또는 과실이었는지를 원사업자(대기업)가 입증해야 한다. 실제 손해액 이상의 액수를 '죗값'으로 치르게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한국 법체계에 도입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중소기업조합에 납품단가 조정신청권을 부여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개정 상법은 회사 내부 정보에 밝은 오너나 경영진이 회사의 사업 기회를 부당하게 빼앗아 사적으로 활용하는 것을 막는 데 초점을 뒀다. 그동안 회사의 사업ㆍ특허ㆍ자산 등을 이사나 제3자에게 넘기려면 이사회 과반수의 찬성만으로 가능했지만 앞으론 재적이사 3분의2 이상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또 만약 사업 기회를 넘겼다가 회사에 손해가 발생할 경우 이를 승인한 이사들이 연대해서 손해를 배상하도록 했다.
부실 저축은행의 구조조정 재원 마련을 위해 2026년까지 한시적으로 공동계정을 도입하도록 한 예금자보호법 개정안도 본회의를 통과했다. 금융권은 매년 적립하는 예금보험료의 45%를 특별계정에 투입하고 부족한 재원은 정부가 출연하기로 했다. 저축은행에 사실상 공적자금이 투입되는 셈이다.
이밖에 의료분쟁 조정기구를 설립하고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손해보상제를 도입하는 의료분쟁조정법 제정안과 범정부적 자살 예방 시스템을 구축하는 자살예방법 제정안도 통과됐다.
장재용기자 jy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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