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대지진으로 일본이 멈췄다. 진원에서 가까운 도호쿠(東北)지역 뿐만 아니라 도쿄(東京) 주변 수도권의 피해가 컸다. 공항 활주로가 쓰나미에 잠기고, 열차 운행과 원자력발전소 가동이 전면 중단되고, 정유시설과 제철소에 화재가 발생하는 등 사회기반시설이 큰 타격을 입었다.
11일 오후 도호쿠 인근 해저에서 발생한 강진으로 인근 지역의 원전이 가동을 멈췄다. 후쿠시마(福島)현에선 원전 2기가 지진 직후 가동이 중단됐고, 미야기(宮城)현 오나가와 원전 터빈 건물에선 화재가 발생했다. AP통신은 방사능 누출은 없었다고 보도했고 간 나오토(菅直人) 총리도 "지진이 발생한 지역의 원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원자력 긴급사태를 발령하고 주민 대피령을 내리는 등 만일의 사태에 대비했다. 에다노 유키오 일본 관방장관은 이날 오후 긴급 기자회견에서 "원전 원자로의 냉각 조치에 이상이 생겼다는 의미일 뿐 현재로선 방사능이 유출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밖에 이바라키(茨城)현의 원자력발전소 11기도 지진 이후 자동으로 정지됐다. 도쿄전력은 이번 지진으로 간토(關東)지방 6개현 약 440만가구가 정전 피해를 입었다고 밝혔다.
대형 화재도 잇따랐다. 지바(千葉)현 정유공장에서 지진으로 저장탱크에 균열이 생기면서 화재가 발생했다. 소방당국은 진화에 나섰으나 불길이 워낙 거세 주민 대피령만 내린 채 속수무책으로 지켜봐야 했다. 또 지바현 JFE 철강공장에서도 대형화재가 발생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교통망도 마비됐다. 도호쿠 지역 최대도시 센다이(仙台)를 덮친 쓰나미로 센다이만과 가까운 센다이공항 활주로가 완전히 폐쇄됐다. 다만 승객과 공항 직원들은 건물 옥상으로 긴급 대피해 인명 피해는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도쿄 인근 수도권의 피해도 컸다. 도쿄 주변 고속도로는 사실상 마비됐고 수도권에서 도호쿠 지역을 오가는 신간센 열차도 멈췄다. 도쿄의 나리타, 하네다 공항도 지진 직후 폐쇄되는 등 일본 핵심 지역을 오가는 교통망이 대부분 마비됐다.
또 일본 내 유무선 통신망이 붕괴되면서 통신대란이 계속됐다.
지진이 덮친 센다이, 케센누마시 등에선 혼란이 이어졌다. 센다이 중심가는 지진 직후 건물에서 뛰쳐나온 이들로 넘쳤고 도로에는 깨진 유리가 낭자했다. 시민들은 "불과 며칠 전에 대규모 지진이 일어났는데 또 무슨 일이냐"며 어리둥절한 모습이었다.
대규모 정전으로 신호등도 꺼졌고 간선도로는 교통정체가 빚어졌다. 센다이 의료센터에는 지진으로 인한 골절 부상자 수십명이 실려와 치료를 받았다.
최고 높이 10m의 쓰나미가 몰아친 미야기현의 피해도 막대했다. NHK는 미야기현 케센누마시에선 쓰나미 여파로 선박들이 전복되고 대형 화재가 발생했다고 전했다. 교도통신은 지진이 일어나자 미야기현 청사 직원들이 울부짖었고 스프링쿨러가 작동해 복도에 물이 넘치는 등 혼란이 계속됐다고 보도했다.
정상원기자 orno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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