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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지진/ 모든 것 쓸어간 파도 뒤엔 산사태ㆍ화재 '아비규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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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지진/ 모든 것 쓸어간 파도 뒤엔 산사태ㆍ화재 '아비규환'

입력
2011.03.11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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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깜짝 할 새였다. 모든 것이 거대한 밀물에 쓸려가 버렸고, 평화롭던 항구 도시와 어촌 마을들은 한 순간에 아비규환으로 바뀌었다. 낮엔 물지옥이, 밤엔 불지옥이 이어졌다.

11일 오후 2시46분 일본 도호쿠(東北) 지방 해저에서 발생한 규모 8.8의 강진은 미야기(宮城)현과 후쿠시마(福島)현 등 태평양 연안의 일본 동북부 지방을 한 순간에 초토화시켰다.

일본 전역이 피해를 입었지만 진앙지에서 서쪽으로 가장 가까운 지역인 이곳의 피해가 가장 클 수 밖에 없었다. 특히 일본 동북부의 가장 큰 도시인 인구 100만명의 센다이(仙臺)가 치명적 타격을 입었다. 지진으로 건물 벽체가 붕괴될 정도의 강력한 충격이 느껴진 뒤 건물 2,3층 높이의 파도가 센다이시 해안가를 덮친 것은 불과 20여분 밖에 지나지 않았을 때였다. 파도의 높이는 최대 10m에 달했다. 숨 돌릴 틈도 없이 밀려든 거대한 파도는 해안가의 차량과 선박, 주택과 건물을 통째로 삼키면서 진행했다. 방파제를 가뿐하게 넘은 쓰나미는 논과 밭을 어느새 바다로 뒤덮은 뒤 도심으로 내달렸다.

특히 수천 척의 선박과 수천 대의 차량, 수천 채의 가옥들이 뒤엉키며 쓰나미의 맨 앞 부분은 거대한 섬을 형성했다. 더군다나 쓰나미 밀물이 도심 빌딩 숲을 지날 때는 함께 휩쓸렸던 차량과 선박이 건물이나 교각 등에 부딪히며 종이처럼 구겨지고 동강나기 일쑤였다.

100여명이 탄 것으로 전해진 여객선도 쓰나미의 소용돌이 속에 사라졌고 해안에는 수백구의 시신들이 떠 올랐다.

안전한 곳은 어디도 없었다. 주민들은 집과 건물에서 빠져 나와 공원이나 길거리, 대형 건물 옥상 등으로 내달았다. ‘xo7maxo’란 아이디를 쓰는 일본인 트위터 이용자는 “헬리콥터랑 사이렌 소리, 비명밖에 안 들린다”는 글로 상황을 전했다.

바다와 가까운 센다이 공항은 활주로까지 침수돼 승객들이 급히 공항 빌딩 옥상으로 대피했다. 학원 강사 마키다 하지메(37)씨는 “공항 활주로와 건물들이 모두 다 잠겼고 자동차가 물에 둥둥 떠 내려 가고 있다”고 말했다.

센다이시 중심가는 쓰나미가 몰고 온 쓰레기와 잔해들이 곳곳에 쌓이며 난장판이 됐다. 시민들은 휴대폰으로 가족의 안부를 확인하려 애썼으나 통신망이 사실상 두절돼 발만 동동 굴러야 했다. 일부는 망연자실한 채 길바닥에 주저 앉았고, 서로 부둥켜 안고 울부짖었다.

특히 저녁이 되면서 혼란과 공포는 더 커졌다. 대규모 정전 사태에 도심 화재와 산불까지 겹친 것. 후쿠시마현의 이와키시, 미야기현의 나토리(名取)시와 게센누마(氣仙沼)시에서는 주택 수천 채가 화염에 휩싸였고, 불길은 밤새도록 인근 야산으로 확산됐다.

또 후쿠시마현에서도 산사태가 발생, 수십명이 실종됐다. 이와테(岩手)현에서도 지진으로 가옥 500여채가 무너지는 등 인명 피해가 계속 늘고 있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정민승기자 msj@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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