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이익공유제가 정ㆍ재계의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지난 10일에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자본주의 사회에서 쓰는 용어인지, 공산주의 사회에서 쓰는 용어인지 모르겠다”고 강하게 비판하자, 이 제도의 주창자인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 “색깔론이나 이념 등의 잣대로 매도하지 말라”고 반박하면서 설전과 논쟁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정치권이나 재계에서는 이익공유제를 둘러싼 ‘과잉 논쟁’분위기를 우려하기도 한다. 이 같은 현상이 자칫 동반성장 정책 전반을 뒤흔들며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재계 입장은 이미 확인된 대로 명확한 수용불가다. 이 같은 재계 분위기를 한눈에 볼 수 있었던 자리가 바로 10일에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총회였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총회장에 입장하면서 재계를 대표해 문제의 강경 발언을 내놓았다. 회의 이후 정병철 전경련 부회장도 “이익공유제의 실체가 없지 않느냐. 이런 상황에서 이 제도에 대한 논의가 이뤄질 수 없다”며 우회적으로 이익공유제를 비판했다.
하지만 재계는 동반성장위의 활동이나 정부의 동반성장 정책에 대해서는 다른 태도를 취했다. 전경련 회장단 총회 발표문에는 “중소협력업체와 우리 경제 전체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동반성장에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명시했다. 이익공유제는 반대하지만 동반성장 정책은 반대하지 않는다는 뜻을 명확히 밝힌 셈이다.
그러나 재계 일각에서는 이익공유제를 강하게 밀어붙이면 동반성장 정책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사실 동반성장 정책은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심해지고, 중소기업 등 약자가 소외되는 현상이 늘고 있다는 여론의 비판을 감안해 정부가 주도적으로 마련한 정책이다. 재계 입장에서는 끌려간 측면이 컸고, 이 때문에 정책 수행도 어려움을 겪었다.
실제 동반성장과 관련해 중소기업 등에서 제기한 납품단가 연동제 등 많은 제언들이 법제화에 실패하는 등 시초부터 문제점이 노출됐다. 동반성장위원회 정책 중 핵심 사안이었던‘상생을 위한 동반성장 지수’ 발표도 사실상 유야무야된 상태다. 대기업의 상생 실적을 점수화하는 동반성장지수는 당초 올해 초 발표 예정이었지만 하반기로 미뤄졌다가 다시 내년 초로 연기됐다. 내년 2월이면 총선 정국이 시작되기 때문에 동반성장지수 발표는 사실상 무산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게 재계 평가다.
이런 상황에서 이익공유제 논란이 과도하게 증폭되면 동반성장 정책에까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재계 뿐 아니라 정치권 일각에서도 나오고 있다. 재계가 이익공유제 때문에 동반성장 정책에 대해서도 반감을 갖거나, 이익공유제를 동반성장 정책 무력화의 근거로 삼을 수 있다는 얘기다.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정부나 동반성장위가 납품단가 연동제 등 중소기업에 꼭 필요한 제도는 관철하지 못하면서 소모적인 논쟁에만 매달리고 있는 것 같다”며 “이익공유제 논쟁이 제도의 적정성 여부를 떠나 기존 상생 정책까지 뒤엎으며 오히려 중소기업에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하게 될까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박진석 기자jse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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