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요즘 읽는 책은.
"2006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오르한 파묵의 연애소설 <순수박물관> 이다. 남자 주인공 케말이 운명의 연인(퓌순)과 사별한 후 사랑의 추억이 담긴 물건들을 전시하는 개인 박물관을 설립하고, 다양한 수집품에 얽힌 러브스토리를 들려 주는 형식이다." 순수박물관>
_왜 이 책을.
"사립미술관장인 내게 이 책은 단순한 연애소설로 다가오지 않았다. 인류의 영원한 테마인 사랑을 박물관과 접목시킨 천재적 발상에 감탄했다. 내가 흥미를 가졌던 부분은 사립박물관을 만든 사람들의 심리 상태, 설립하려는 의도였다. 특히 사립박물관을 설립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도록 상세하게 묘사됐다는 것에 확 끌렸다. 예를 들면 케말은 연인이 살았던 집을 박물관으로 개조하기 위해 전 세계에 있는 박물관 5,723군데를 방문했다."
_이 책의 좋은 점은.
"인간이라면 언젠가는 사랑하는 사람과 사별하기 마련이다. 이별을 피할 수 없는 것은 인간의 운명이다. 설령 평생 동안 사랑하고 해로한 부부라도 동시에 죽음을 맞을 수 없다. 세상에 홀로 남겨진 한 사람은 배우자의 죽음을 지켜보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사랑을 잃은 사람들의 고통을 치유하는 방법을 알려 준다. 바로 연인의 체취가 배인 물건들을 만지면서 사랑의 기억을 떠올리면 마음의 위안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_인상적 대목은.
"실연당한 케말이 퓌순의 물건들을 만지면서 위로받는 부분이다. '한 여인을 너무나 사랑해서, 그녀의 머리카락과 손수건, 머리핀 등 그녀가 가졌던 모든 물건을 숨겨 놓고, 오랫동안 그것에서 위안을 찾았습니다'는 내용이었다. 한 개인의 특수한 감정인 사랑을 인간의 보편적 사랑으로 승화시키는 부분인 '나의 박물관은 퓌순과 나의 모든 인생이고, 우리의 모든 경험입니다''행복은 이처럼 잊혀지지 않는 어떤 순간을 다시 경험하는 것이다. 가장 힘들고, 가장 절망적이고, 가장 자존심 상하는 날조차 지금은 크나큰 행복으로 기억하고 있다'등이다."
_추천한다면.
"사랑마저도 소비하는 쿨한 시대에 44일 동안 사랑하다 헤어졌던 연인을 되찾기 위해 339일 동안 찾아 헤매고 2,864일 동안 바라보다가 사별한 후 박물관으로 만들어 기념하는 한 남자의 러브스토리는 분명 시대착오적이다. 그러나 아직도 사랑의 순수함을 믿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 책은 그런 바보들을 위한 것이다. 책 제목도 '순수 박물관'이 아닌가."
오르한 파묵이 쓴 <순수박물관1,2> 은 1970년대 터키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한 독특한 연애장편소설이다. 민음사 발행ㆍ440쪽, 424쪽ㆍ각 권 1만3,000원 순수박물관1,2>
강지원기자 styl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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