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오 전 국회의장이 동남권 신공항 건설 계획의 전면 재검토를 촉구했다. 비슷한 주장이 한나라당 일각에서 거론된 바 있지만, 김 전 의장의 주장이 갖는 각별한 의미는 줄지 않는다. 지금까지 동남권 신공항의 백지화나 전면 재검토를 언급한 여당 의원들은 한결같이 지역 이해와 무관한 수도권 출신이었다. 반면 김 전 의장은 부산 영도 출신의 5선 의원으로서 지역구 이해로 보아서는 누구보다 앞장서서 '가덕도 유치'주장에 편승할 만했다. 그런 그가 관련 지역 출신 의원으로는 처음으로 지역구의 이해보다 국가 전체의 이익을 앞세웠다는 점에서 한국 정치의 일대 사건이다.
그는 애초에 동남권 발전과 화합을 겨냥한 신공항 건설 문제가 거꾸로 영남권 분열의 원인이 되어 있는 상황에 우려를 표하면서, 최종 입지가 어디로 결정되든 정치권까지 휘말린 현재의 유치 경쟁은 결국 패자만 남길 것이라고 내다보았다. 또 바다를 메워야 하는 가덕도나 산을 깎아야 하는 밀양 모두 적합한 후보지가 아니라는 인식과 그런 판단의 근거를 분명히 밝혔다.
평소에도 국회의원이 지역구 이해에 반하거나 제대로 들어맞지 않는 언행을 피하는 것이 국회의원의 행동지침이 된 지 오래다. 더욱이 내년 봄 총선을 생각하면, 원점 재검토론은 자기희생을 각오하고서야 가능한 참된 용기라고 평가할 만하다.
우리는 상대당과의 몸싸움에 과감히 앞장서거나 상대 헐뜯기에 열을 올리는 정치인의 용기를 많이 보았다. 또 지역구 이해가 걸린 현안에는 죽기살기로 매달리는 용기도 자주 보았다. 그러나 국회의원에 필요한 것은 자기이해에 따르는 이기적 용기가 아니라 더욱 높은 단계의 이익에 자신의 정치적 이해를 내어줄 수 있는 이타적 용기이다. 출신 지역이나 정당의 이해에 굴복하지 않고 최소한 '최대다수의 최대이익'관점에서라도 국민적 편익에 다가서는 합리적 용기도 필요하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총선 불출마 선언으로 정치개혁 입법의 시급성을 부각한 이래 참 오랜만에 김 전 의장에게서 이런 용기를 본다. 그런 용기가 다른 의원들에게도 퍼져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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