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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리비아와 천연자원의 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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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 리비아와 천연자원의 덫

입력
2011.03.10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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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비아의 민주화 운동이 내전으로 치닫고 있다. 수많은 인명이 총탄에 의해 희생되는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권력에 집착하는 카다피의 모습은 비극적이다 못해 희극적이다. 풍부한 석유 매장량이라는 천연자원의 축복을 받은 리비아가 왜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석유로 벌어들인 외화가 경제발전에 투자되지 못하고 대부분 카다피 정권에 의해 남용되었기 때문일까? 천연자원이 거의 없는 우리로서는 부럽기도 하고 개탄스럽기도 하다.

자원 많은 나라는 발전 못해

그러나 천혜의 자원을 가진 세계의 많은 나라들이 경제 및 사회발전에 성공하지 못하고, 독재에 신음하거나, 분쟁과 갈등으로 막대한 희생을 치르며 고통 받고 있는 것을 보면 리비아 사태는 우연이 아니다.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에서 천연자원은 혜택을 주기보다 발전을 가로막는 걸림돌이 되고 있다. 구리, 다이아몬드, 코발트 등 광물자원이 풍부한 콩고 민주공화국은 수 차례에 걸친 내전으로 빈곤과 기아에서 벗어날 기회를 얻지 못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코코아로 유명한 코트디부아르는 최근 대통령 선거 이후 또다시 내전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다. 국제적인 갈등을 겪고 있는 이라크도 천연자원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오히려 천연자원의 혜택을 누리지 못하는 한국이 2차 세계대전 이후 가난과 전쟁의 폐허를 극복하고 발전에 성공한 것은 천연자원의 역설에 대한 또 다른 증거이다.

천연자원의 덫은 어떻게 시작되는 것일까? 천연자원을 팔아 외화를 손쉽게 벌어들이면 자원수출 이외의 분야에서 경제적 생산성을 확보하기가 어렵다. 고생과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다른 분야에 투자할 유인이 적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열심히 일하기보다 자원에서 얻어지는 부에 의존하려 한다. 설령 다른 분야에 투자를 한다고 해도 국제경쟁력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리비아의 경우, 카다피 정권은 사회기간시설에 많은 투자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쟁력 확보에 실패해 경제발전에 성공하지 못했다. 이러한 문제의 근원에는 자연환경에 대해 소유권을 주장하는 지대(rent)의 논리가 존재한다. 만약 줍는 사람이 임자라면, 그것은 필연적으로 분배를 둘러싼 갈등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천연자원을 가진 나라들이 쉽게 분쟁과 내전에 휩싸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뿐만 아니라 천연자원을 가진 나라들이 빈곤과 갈등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데에는 선진국들의 책임도 크다. 많은 나라들이 값싸게 자원을 획득하는 데만 골몰한 채, 자원이 어떻게 개발되고, 판매한 수익금을 누가 가져가는지에 대해서는 눈을 감는 태도를 견지해 왔다. 한 발 더 나아가 자원을 독점하고 국민을 억압하는 독재정권을 은밀히 지원하기도 했다.

그러나 천연자원이 반드시 발전을 가로막는 덫으로만 작용하는 것은 아니다. 이를 잘 활용하기 위한 첫 번째 요건은 인적 자본에 투자하는 것이다. 기술력을 갖추면 천연자원을 부가가치상품으로 만들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경제발전에 활용한다면 천연자원은 저주가 아니라 축복이 될 것이다. 두 번째 방안은 민주적 절차를 통해 자원에서 얻어진 가치를 공정하게 분배하는 것이다. 공정한 분배는 분열과 갈등을 막는 첩경이 될 수 있다.

다각도의 개발협력 방안을

그러나 대부분의 개발도상국은 인적 자원을 개발하거나 민주주의를 발전시킬 시간이나 기회도 없이, 천연자원을 얻으려고 혈안이 된 국제자본에 개발의 자리를 내주었다. 결과적으로 많은 개발도상국들은 자원을 효과적으로 활용할 기회를 갖지 못한 채, 자원의 덫에 빠지고 만 것이다.

이런 면에서 책임의 문제는 단순히 독재정권을 지원했는가, 아닌가에서 끝나지 않는다. 세계 시민사회는 리비아와 같은 개발도상국이 겪고 있는 어려움을 공동의 책임으로 인식하고, 기술 이전 인적자원 개발 등 다각도의 개발협력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권혁주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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