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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세시봉 콘텐츠' 를 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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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 '세시봉 콘텐츠' 를 보라

입력
2011.03.10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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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악기는 '기타' 와 기타 악기로 구분된다." 음악대학에서 피아노, 바이올린, 첼로가 아니라 기타를 배우면서 나름대로 스트레스를 안고 있던 한 친구의 학생시절에 늘 위로가 되어 준 말이다. 사실 기타 연주자의 꿈을 꾸는 이들을 받아줄 음악대학이 국내엔 몇 군데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세상의 모든 악기는 '기타'와 기타 악기로 나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러하다.

아이돌 시대의 문화적 자존감

근래 세시봉 열풍이 불고 있다. 그 열기가 뜨겁다. 1960, 70년대를 작은 오케스트라에 비유되는 기타 하나에 의지하고 대중문화의 새로운 장을 만들어낸 조영남 송창식 윤형주 이장희 김세환 등 세시봉의 젊은이들이 60대를 넘어선 노년의 문턱에서 다시 새로운 에너지를 대중과 나누고 있다. 아이돌 그룹이 대세인 요즈음 시대에서 예상치 못했던 일이라고 한다. 더욱이 옛날을 추억하는 중년 이후 세대의 관심만이 아니라, 다양한 세대의 관심도 불러 모으고 있다 한다.

따지고 보면 문화예술 콘텐츠에 대한 소비욕구는 문화적 존재감을 확인하는 데서 비롯된다. 즉 '나'와 '우리'가 함께 살아 숨쉬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에너지를 공유하는 것이다. 세시봉 콘텐츠의 매력은 그들의 젊음이 지금도 우리와 함께 할 수 있는 힘에 관한 것이다.

지금 불고 있는 세시봉 열풍이 잠시 지나가는 바람이라 해도, 이러한 바람이 불 수 있다는 것에서 우리 문화적 자존감을 느낄 수 있다. 세시봉의 젊은이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계속 오래 살아서 그렇게 세상 바람이 불 때마다 노래를 불러주기를.

소위 아이돌 그룹이 시장논리에서 경제수익을 계산해 기획되고 조립되고 생산된 상품에 해당된다면, 세시봉 콘텐츠는 그 자체가 문화적 기억이며 살아 숨쉬는 대중문화사라 하겠다. 또한 세시봉 콘텐츠는 자연산 아날로그 질감을 드러내면서 물리적인 시ㆍ공간과 조율하며 이야기 나누고, 노래를 함께 부르고, 연주하면서 인간이 지니고 있는 오감각의 프레임을 유연하게 만들어준다.

사실 세시봉 콘텐츠가 TV로 방영되는 화면은 요란하지 않다. 라이브 무대 또한 그러하다. 그것은 디지털 미디어를 최적화한 도구로만 사용해도 상품이 되는 그들의 콘텐츠의 힘에서 비롯된다. 망가지면서 개인기를 안 보여주지 않아도 되는 일이다.

모바일을 포함한 미디어 생태계가 콘텐츠 중심으로 가일층 이동하고 있다. 미디어 생태계의 콘텐츠 중심 영역에는 사진, 영화, 비디오, 오디오, 컴퓨터와 디지털아트, 인터랙티브 미디어를 운용하고 커뮤니케이션하는 미디어아트 시ㆍ공간이 자리한다. 날로 팽창하는 미디어아트 시ㆍ공간에서 우리는 사진가이며, 영화감독이며, 비디오예술가이며, 연주자가 된다. 사진이나 비디오 촬영을 못하는 사람들을 찾기가 오히려 어렵게 된 현실이다.

문화브랜드 키워 내는 정책을

일상생활에서 다양한 전자 미디어들을 사용하는 미디어 생태계가 급변하면서 우리의 오감각의 프레임도 늘 새로운 생태계에 대한 적응과 조율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부의 콘텐츠 산업정책도 그 프레임을 유연하게 상정해야 한다. 문화예술브랜드 가치를 구축하는 중ㆍ장기적인 사업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문화브랜드 구축은 예술상품을 매개로 문화예술을 먼저 세일즈하는 능력을 보여줘야 효과적이다. 세시봉 콘텐츠는 소중한 예술상품이다. 우리에게 세시봉 콘텐츠는 비틀스가 가져다 줄 수 없는 문화적 자존심을 제공한다. 새로운 콘텐츠 산업정책과 교육의 프로그램에서 반드시 고려할 사항일 것이다.

김형수 연세대 커뮤니케이션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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