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대선 직전 "'BBK 의혹'을 폭로한 김경준(45ㆍ수감 중)씨의 입국은 기획된 것"이라며 한나라당이 공개한 김씨 감옥 동료의 편지는 조작된 것이라는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김씨와 수감 동료인 신경화씨의 동생 신명(50)씨가 최근 "편지 조작을 강요한 세력이 있다"며 배후에 한나라당 실세들이 있음을 암시하자 정치권에서 진상조사를 요구하고 나서는 등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편지 조작 논란의 골자는 간단하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구치소에서 김씨와 1년 가까이 함께 수감돼 있다 국내로 송환된 신경화씨가 2007년 11월10일 미국에 있던 김씨에게 보냈다는 편지는 실제로는 동생 신명씨가 정치권의 강요에 못 이겨 작성했다는 것이다. 편지에는 김씨와 신경화씨가 당시 청와대와 여권으로부터 모종의 대가를 받고 입국했음을 암시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신명씨는 10일 한국일보와의 통화에서 "2007년 대선 직전 내게 조작된 편지를 쓰라고 강요한 사람과 배후세력을 2012년 대선 직전에는 반드시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신씨는 "(편지 조작을 강요한) 그 사람이 당시 형의 감형과 미국 이송 등을 약속하며 조작을 제안했는데, 형을 살리겠다는 생각에 고민 끝에 수락했다. 시키는 대로 편지를 쓸 때 얼마나 떨렸겠느냐"고 말했다.
신씨는 특히 배후세력에 대해 언급했다. 신씨는 "그 사람이 배후에 '누가 있다'고 수십 차례 이야기했다. 내 앞에서 배후세력과 통화도 여러 차례 했다. 이름은 알지만 내 입으로는 아직 말 안 하겠다"고 밝혔다. 신씨는 배후세력을 공개하겠다고 한 이유에 대해 "죄는 같이 지었는데 나만 벌 받고 있는 느낌이다. 그럼 억울하지 않겠나. 김경준도 같은 심정 아니겠느냐"라고 말했다.
문제는 신씨의 주장이 사실이라고 해도 그 실체 규명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데 있다. 신씨는 이에 대해 "정치인들이 자꾸 거짓말하면 어떻게 되는지 알려주겠다. 그들은 나를 사기꾼으로 몰아가고 싶지 않겠나. 나를 그렇게 대하면 더욱 궁지에 빠질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신씨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문건 등 충분한 자료를 갖고 있으며 때가 되면 낱낱이 공개하겠다고 덧붙였다.
신씨의 주장이 알려지자 민주당은 BBK 의혹의 재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민주당은 이날 당시 'BBK 팀'으로 활동했던 박영선 의원을 반장으로 우윤근 양승조 의원과 최재천 정봉주 서혜석 정성호 전 의원, 임내현 변호사 등으로 'BBK 김경준 검찰수사 대책반'을 구성해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강철원기자 str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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