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입 입학사정관 전형부터는 대학의 교직원 자녀가 원서 접수할 경우 해당 교직원은 입학 업무에서 제외된다. 또한 일부 대학에서 자체적으로 운영했던 자기소개서와 교사 추천서의 표절 검색 시스템은 전체 대학으로 확대돼 서로 다른 대학에 제출된 서류의 표절 여부까지 가려진다. 논란이 되고 있는 입학사정관 전형의 공정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지만 여전히 허점이 많아 근본대책으로는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10일 제주에서 열린 ‘입학사정관제 운영 사례발표 워크숍’에서 이 같은 내용의 ‘서류 검색 및 회피ㆍ제척 시스템’을 6월까지 개발해 각 대학이 8월 입시부터 사용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회피ㆍ제척 시스템은 대학이 갖고 있는 인사 자료와 연말정산 가족자료 등을 참고해 지원한 수험생과 특수 관계에 있는 교직원이 전형 업무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한 것이다. 대교협 관계자는 “대학들은 교직원 자녀가 입시 원서를 낼 때 자진 신고하도록 하고 있지만 잘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신고가 제대로 됐는지를 걸러내는 시스템”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회피 대상이 직계자녀로만 한정돼 조카와 4촌 이상의 친인척은 걸러낼 수 없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한 대학 관계자는 “혈연 관계뿐만 아니라 학연 등의 인맥에 의한 청탁이 특혜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은 점을 감안하면 실효성에 의문이 생긴다”고 말했다.
대교협은 표절 검색 시스템을 모든 대학으로 확대해 자기소개서를 인터넷 사이트 등에서 베끼거나 학원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것으로 의심되는 학생 명단을 해당 대학에 통보할 예정이다. 이전까지는 개별 대학 내에서만 표절 검색이 이뤄졌지만 수험생 한 명이 여러 대학에 동시에 지원하는 점을 감안할 때 대학들의 자료가 연동되면 더 많은 표절 사례들을 적발해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표절이 아닌 서류 대필까지는 걸러낼 수 없다는 점이 한계로 지적된다. 서울 강남 등 부유층 학부모들은 학원 강사들에게 거액을 주고 자기소개서와 교사 추천서를 학생의 상황에 맞게 써달라고 의뢰하는 서류 대필이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워크숍에 참석한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은 “입학사정관의 책무성, 공정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부 정책을 유지할 것”이라며 “현재 22.7%인 입학사정관의 정규직 비율을 2013년까지 50%로 늘리겠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교과부는 올해 351억원인 입학사정관 예산을 내년엔 100억원 늘려 입학사정관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대학에 인센티브를 지급할 방침이다.
한편 이날 워크숍에선 입학사정관 전형 지침을 위반해 국고지원금을 회수당한 고려대, 광주과학기술원이 입학사정관제 연구 우수사례로, 서울대, 가톨릭대는 입학사정관제 도입에 따른 성과 사례로 선정되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다.
제주=한준규기자 manbo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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