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의 입체(3D) TV 싸움이 강도를 더해 가고 있다. “이제 그만 하자”는 말과 달리 여전히 비교 우위를 강조하며 급기야 경쟁사 제품의 발작 가능성까지 언급하는 등 날선 비방전을 이어가고 있다.
10일에도 양 사의 혈전은 계속됐다. 선공은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진 권영수(사진) LG디스플레이 사장이 맡았다. LG디스플레이는 필름패턴편광(FPR) 방식의 LCD 패널을 LG전자에 공급하고 있다. 그는 “진실 공방을 넘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지는 것 같아 죄송하다”며 점잖게 운을 뗐으나 이내 경쟁사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권 사장은 ‘왜 내 3D TV는 풀HD(초고화질)가 아닐까’라는 문구 밑에 원숭이가 3D 안경을 쓰고 있는 삼성전자 광고를 보여주면서 “FPR은 풀HD가 아닌 것처럼 (삼성전자가) 광고를 하는데, 원숭이가 쓰고 있는 안경은 세상에 존재하지도 않는다”며 “삼성이 타의 모범이 되는 선의의 경쟁을 펼칠 것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삼성전자의 셔터글래스(SG)방식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심지어 삼성 제품의 발작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인체 유해론까지 펼쳤다. 그는 일본 3D 컨소시엄 자료를 인용해 “SG는 셔터가 번갈아 한 쪽 눈을 가리기 때문에 TV 주파수가 낮으면 깜박거리는 현상(플릭커)으로 광감수성 발작 가능성이 있다”며 “SG는 두통이나 눈의 피로 발생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권 사장은 “FPR 방식이 밝기에서 앞서고 화면겹침(크로스톡) 현상도 없어서 1세대인 SG방식보다 발전한 2세대 3D TV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그는 누워서 볼 경우 “삼성의 SG는 옆으로 살짝 누워도 화면을 아예 볼 수 없다”며 “FPR은 화질이 약간 떨어지는 정도”라고 설명했다.
민감한 풀HD 화면 재현에 대해서는“소비자의 인식이 중요하다”며 한 발 비껴갔다. FPR은 좌, 우 눈에 해당하는 영상을 각각 540개의 주사선으로 보여주고 이를 뇌에서 합쳐 1,080개 주사선의 풀HD로 인지한다는 설명이다. 권 사장은 “화면에서 나오는 신호는 풀HD가 아니지만 뇌가 풀HD로 인식하면 풀HD”라고 주장했다.
이에 덧붙여 권 사장은 삼성전자에 몇 가지 제안을 했다. 전문가와 소비자 대상의 비교 시연을 하고, 서로 비방 광고를 하지 말자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FPR은 공간 분할, SG는 시간 분할 등 양 사의 기술 방식이 달라 서로 양립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아 싸움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임을 예고했다.
“불필요한 논쟁을 그만하자”던 삼성전자도 다를 게 없다. 윤부근 삼성전자 사장은 이날 “3D TV는 SG방식이 99.9%를 차지한다”며 “해외에서 이미 결론이 난 상황이어서 계란으로 바위치기”라고 강조했다. 그는 “FPR은 과거 브라운관TV처럼 화면에 줄이 보인다”며 “풀HD가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윤 사장은 LG측 비교 평가 제안에 대해 “국내에서는 각 사 제품에 선입견이 있어서 공정한 평가가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여운을 남겼다.
최연진기자 wolfpac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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