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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리치 스토리] 스테판 페르손 H&M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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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리치 스토리] 스테판 페르손 H&M 회장

입력
2011.03.10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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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패스트 패션 대표주자 글로벌 시장 '무한도전'

'저렴하면서도 쉬크함(세련미)의 거물.' 미 경제전문지 포브스가 세계 13번째 부호로 꼽은 스테판 페르손(63) H&M 회장에 대해 내놓은 첫 평가이다. 9일 발표된 올해 억만장자 순위에 따르면 페르손 회장의 재산은 245억달러(약 27조5,000억원)에 이른다. 스웨덴 최고의 부호 반열에도 올랐다.

"패션과 품질을 합리적인 가격으로 제공한다"는 기치를 내걸고 있는 H&M은 스페인 자라(ZARA)와 쌍벽을 이루고 있는 패스트패션의 대표주자. 브랜드 가치만 161억달러(인터브랜드 조사)로 루이비통(218억달러)에 이어 패션 브랜드 2위. 브랜드 파워만 놓고 보자면 패션 분야에서 루이비통의 아성에 맞서는 가장 강력한 도전자인 셈이다.

H&M을 글로벌 패션기업으로

지난해 2월 서울 명동에 1호점을 내며 국내에도 상륙한 H&M은 현재 전세계 38개국에 2,200여개 매장을 두고 있는 글로벌 패션 제국이다. H&M의 영토 확장 행진엔 거침이 없다. 올해도 250여개 매장을 오픈할 계획.

그러나 1982년 페르손 회장이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H&M은 '글로벌' 기업과는 거리가 멀었다. 당시 스웨덴 84곳을 포함한 매장 수는 135개에 불과했다. 페르손 회장이 글로벌 H&M으로 거듭나는 '제2의 창업'을 이뤄낸 것이다.

그가 태어난 47년, 부친 얼링 페르손(1917~2002년)이 스톡홀름 인근 중도시 바스테라스에 헤네스(Hennes)라는 상호의 여성복 매장을 연 것이 H&M의 출발점이었다. 문구류 유통업을 했던 부친이 2차 대전 직후 다녀온 미국 여행이 도화선이 됐다. 메이시와 같은 대형 매장에서 엄청나게 다양한 옷을 판매하는 미국의 소비문화에 매료된 것. 그는 패션에는 별로 관심은 없었지만, 비즈니스 감각만큼은 첨단이었다. '많이, 싸게, 그리고 신속하게 판매하는' 패스트패션의 비즈니스 모델을 이미 60여년 전에 착안해낸 것. 헤네스 매장에는 비싸지 않으면서 스타일리시한 여성복들이 걸렸고, 전후 스웨덴의 경제 성장과 평등주의적 분위기와 맞물려 인기를 끌었다.

창업주는 사업 확장에는 매우 신중한 편이었다. 68년 사냥용품업체 모리츠위드포스를 인수함으로써 남성복과 아동복까지 라인을 확장하며 비로소 '헤네스앤모리츠'(나중에 H&M으로 변경)가 됐고, 60년대까지는 노르웨이와 덴마크에 매장을 낸 정도였다.

그러나 페르손 회장에게 주어진 과제는 달랐다. 대학을 졸업하고 72년 H&M에 입사한 그는 처음부터 영국 등 해외 확장의 업무를 맡았다. 76년 H&M이 영국에 진출할 때는 아버지를 능가하는 경영능력을 제대로 입증했다. 당시 영국지역 책임자였던 그는 런던에 1호점을 오픈하는 날 매장 밖에서 판촉용 아바 앨범을 나눠주고 있었다고 한다. 물론 첫 임무는 성공적으로 완수했다.

H&M이 본격적으로 성장 엔진을 가동하기 시작한 것은 페르손 회장이 최고경영자(CEO) 자리에 오르면서부터. 페르손 회장은 82년 CEO 자리에 오른 뒤 무서운 속도로 해외 영토를 확장해 나갔다. 그가 CEO로 재직한 17년 동안 독일 네덜란드 스페인 등 서유럽은 물론, 90년엔 패션 메카 뉴욕 5번가를 시작으로 미국 대륙까지 뻗어나갔다.

막대한 비용이 들기는 했지만, 신디 크로포드, 나오미 캠벨과 같은 톱모델과 할리우드 스타들을 광고와 프로모션 이벤트에 등장시키는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도 글로벌패션 브랜드로 급성장하는 데 기여했다.

뉴욕 5번가에 미국 1호 매장을 오픈할 때도 엄청난 화제를 모았다. 록펠러센터 바로 건너편 최고의 입지에 건물을 임대, 오프닝에 맞춰 대대적인 론칭 광고를 쏟아부었다. 결국 개점 당일에는 인산인해를 이뤄서 명품매장에서나 연출될 법한 보안요원이 입장을 통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H&M의 성공 전략은

H&M은 글로벌 패션업계에 새로운 비즈니스모델을 수혈해왔다. 2004년 샤넬 수석디자이너였던 칼 라거펠트의 독점 컬렉션을 선보이며 시작된 유명 명품브랜드 디자이너와의 콜라보레이션(협업)은 H&M의 트레이드마크. 지금은 다른 브랜드들에서도 콜라보레이션이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라거펠트와 첫 시도했던 콜라보레이션 제품은 1시간 만에 동났을 정도로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이후 스텔라 맥카트니, 빅터앤롤프, 마돈나, 로베르토 카발리, 매튜 윌리엄슨, 지미추, 소니아 리키엘, 랑방 등과 공동작품을 내놓으면서 매 시즌 패션피플의 핫 이슈가 되고 있다.

H&M이 거의 매일같이 스타일리시한 신상품을 내놓으면서도 '저가' 경영이념을 성공시킬 수 있는 비결은 간단하다. 기획-생산-유통의 각 단계에서 비용 거품을 최대한 제거하는, 패스트패션의 정석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H&M은 자체 공장이나 매장 건물을 갖고 있지 않다. 디자인만 본사에서 하고, 제품 생산은 방글라데시 중국 이집트 파키스탄 터키와 같이 인건비가 싼 나라의 업체들에 맡긴다.

그가 회장직을 맡으면서 과도기적인 전문경영인 체제를 꾸려간 지 10년여. 2009년 페르손 회장의 장남 칼-요한 페르손(35)이 CEO에 취임하면서 H&M은 3세 경영으로 접어들었다. '몽키' '위크데이' 등을 인수해 다양한 브랜드를 선보이게 됐지만, 그러나 H&M 성장전략의 핵심은 지금도 글로벌 확장이다. 페르손 회장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남미, 아프리카, 호주에는 아직 진출하지 않았다"며 "지리학적으로 기회는 많이 있다"고 했다. 아직도 그의 성을 다 채우지 못했다는 얘기다.

문향란 기자 iam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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