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동북부 지역의 최대 도시인 센다이(仙臺)시의 해변에서 쓰나미에 희생된시신 수백구가 발견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일본 교도통신은 이날 센다이시 와카바야시(若林)구 아라하마(荒浜)에서 200∼300명의 시신이 한꺼번에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러한 대규모 피해가 더 발견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센다이시에 피해가 집중된 이유는 이날 발생한 강진의 진앙으로부터 가장 가까운 해안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진앙과 가깝다 보니 쓰나미의 강도가 가장 강할 때 타격을 입었고 피해가 클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 쓰나미 경고가 나온 뒤 대피할 겨를이 없었다는 점도 피해를 키운 요인이다. 이날 쓰나미 경보는 오후 3시께 울렸지만 이미 해안 지역에선 쓰나미가 상륙한 뒤였다는 게 일부 목격자들 주장이다. 지진이 발생한 이후 쓰나미 경보가 10여분 이상 늦은 상황에서 진앙과 가깝다보니 센다이 지역은 사실상 대피할 시간을 갖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 쓰나미는 시속 400~800㎞의 엄청난 속도로 밀려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센다이시의 지형도 피해를 키우는 데 한몫했다. 미야기현 동부에 펼쳐진 평야의 중심 도시인 센다이시는 동쪽의 기타카미 산지, 서쪽의 오우산맥, 남쪽의 아부쿠마 산지로 둘러싸인 분지 지역이다. 특히 충적 평야 지대여서 그렇지 않아도 상습 침수피해를 입는 지역이다. 또 북쪽의 센포쿠 평야와 남쪽의 센난 평야는 모두 충적평야이자 해안 평야이다. 본래 습지대인 탓에 벼농사 지대를 이루고 있지만 이번처럼 대규모 쓰나미가 몰려오는 경우엔 고스란히 직격탄을 맞을 수 밖에 없는 지형인 것이다. 실제로 이날 일본 TV 방송에는 쓰나미가 센다이시 평야 지대를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은 채 휩쓸고 지나가는 장면들이 방영됐다.
센다이시가 센다이만 안에 자리한 점도 빼 놓을 수 없다. 쓰나미는 해안 근처의 얕은 곳에서는 갑자기 커지는 경향이 강한데 해안이 만을 형성하고 있을 때는 파고가 더 높아진다.
쓰나미의 영향으로 센다이항 인근 공업단지에서 대규모 폭발이 일어나며 피해를 더 키웠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이날 교도통신은 미야기현과 시오가마(鹽釜)시 경계에 있는 석유화학단지에서 화재로 대규모 폭발이 일어났다고 보도했다. 센다이항 인근 공업단지에는 정유설비와 화력발전소, 특수강제련소 등이 자리잡고 있다.
교도통신은 또 이 지역 해변 인근 철로를 지나가던 여객열차가 쓰나미가 밀려든 직후 실종됐다고 보도했다. 이 열차를 운행하는 동일본여객철도 관계자는 "열차가 노비루 역을 지나 이시노마키로 향하고 있을 때 지진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특히 이 열차는 일본 미야기 현 아오바 구에 있는 아오바도리 역에서 센다이 역을 경유하여 미야기 현 이시노마키시를 잇는 센세키 노선을 달리는 것으로 알려져, 쓰나미의 직격탄을 맞았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인다.
박일근기자 ikpark@hk.co.kr
이대혁기자 selected@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