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콜택시 무리한 운영에 기사들 불만서울시설공단서 일방적으로 근무 횟수 늘려피로ㆍ사고 위험 호소… "수요 맞춰 증차를"
"낮 12시 근무면 오후 4~5시나 돼야 늦은 점심 겸 저녁을 먹습니다. 다들 이달 근무 표에 12시 근무가 몇 번인지 먼저 볼 정도입니다."(장애인콜택시 운전원 이모(55)씨)
"창동에서 마포 산업공단, 은평에서 발산차고지 등으로 출근하는 사람도 있어요. 오전 7시 근무조의 경우 오전 5시30분에는 집에서 나서야 한다는 말이죠."(운전원 김모(62)씨)
장애인콜택시를 운영 중인 서울시설관리공단이 이달부터 일방적으로 근무 시간을 변경하면서 장애인콜택시 운전원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매일 근무시간이 바뀌는 탓에 생활리듬이 깨지는 것도 모자라 낮 12시 근무조를 늘리면서 피로감이 더욱 누적되기 때문이다. 특히 30대씩 운영하던 야간 운행조(오후 7시~다음날 오전 7시)를 20대로 줄이면서 운전원들의 졸음운전 등 사고 위험성도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2003년 장애인콜택시 출범 때부터 일하고 있다는 박영식(56)씨는 "지난해 12월 부임한 박호용 장애인콜택시 운영처장이 노사협의도 거치지 않은 채 이달부터 일방적으로 변경했다"며 "3개월마다 정기 노사협의를 하고 있는데 지난 12월 회의에서 언급조차 없었다"고 말했다.
총 10개조로 편성되는 장애인콜택시는 24시간 운행체계(주간 오전 7시~낮 12시, 야간 오후 7시~다음날 오전 7시)로 운영된다. 매 시간 편성된 주간조의 경우 10시간씩 근무하는데 오전 11시 근무조를 폐지하면서 월 2~4회 정도이던 낮 12시 근무 횟수가 7회까지 늘어났다. 이씨는 "대부분 50대 후반인 운전원이 감내할 수준을 넘어섰다"며 "문제제기를 했다가 혹시나 불이익을 당할까 속앓이만 하고 있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들어 정식 징계절차를 밟지 않고 거주지와 먼 차고지로 보내는 일도 생겼다고 했다. 김씨는 "지각 등 문제가 생기면 소명을 하고 확인서를 쓰게 돼 있는데 한번 '찍히면' 천호동(서울 동쪽) 거주자를 서쪽 끝인 화곡동 차고지로 보내는 식"이라며 "벌써 5명이나 차고지를 옮겼다"고 말했다.
서울시설관리공단 관계자는 "낮 시간 차량 대기시간이 길어 불편하다는 장애인들의 호소가 많아 불가피하게 근무시간을 변경한 것"이라며 "야간에도 15대 차량 중 5, 6대만 사람을 태우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박씨는 "야간 운전원은 적게는 7, 8번에서 많게는 12번까지 콜을 받는다"며 "250~300㎞를 운전하기도 한다"고 반박했다.
결국 문제는 장애인콜택시 수요(약 8만명)에 맞춰 증차를 해야지만 '윗돌 빼서 아랫돌 괴는' 식의 대응이다. 교통약자편의증진법에 따라 1, 2급 장애인 200명당 장애인콜택시 1대를 운행해야 하지만 현재 100대 정도 부족한 실정이다. 박씨는 "장애인을 볼모로 파업까지 벌일 수는 없지만 이대로 가면 운전원들의 피로도가 높아져 피해가 결국 장애인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성기기자 hangi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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